새들은 겨울에도 바쁘다. 철새나 텃새나 알을 낳고 품는 봄이 오기까지 최대한 많이 먹어둬야 한다. 특히 철새는 긴 여행을 버텨낼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겨울은 탐조(探鳥)의 최적기다. 다른 계절에 새들을 관찰하려면 울창한 나뭇잎 등이 시야를 가린다. 잽싸게 숲을 누비는 새들을 비전문가의 눈으로 쫓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겨울에는 시야가 트여 관찰하기 편하다. 겨울철새 중에는 수면에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류가 많다. 여름에도 철새가 날아들지만 탐조하기 좋은 계절은 역시 겨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서울 한강에 여러종의 겨울철새들이 머무르고 있다. 민물가마우지,청둥오리,비오리,댕기흰죽지,재갈매기,쑥새 등 종류도 다양한 새들이 잠시 짐을 풀고 이곳에서 한철을 난다. 겨울마다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이다. 겨울 철새들은 2월 중순 이후부터 한강을 떠나 3월 초에는 자취를 감춘다니 이 시기를 놓치지 말자.

탐조에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일단 따뜻하게 차려입어야 한다. '아,저기에 새가 떼지어 있구나'하는 단순한 차원에서 탐조를 끝내기 싫다면 휴대하기 편한 도감을 준비하는 게 좋다. 간단하게 메모할 수 있는 필기구도 지참하자.동물원처럼 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쌍안경이나 큰 망원경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면 새 관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태도도 중요하다. 큰 소리를 내거나 요란하게 움직이면 새들이 도망쳐버린다. 신기해하며 새들에게 돌을 던지는 행동도 금물.


서울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 만난 생태사진가 서정화씨에 따르면 탐조 초보자들은 프로그램에 참가해 전문가와 함께 가는 게 좋다.

서씨는 "움직이지 않는 장난감보다 움직이는 로봇을 보여줄 때 어린이들이 더 집중하듯 살아 있는 새를 볼 때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면서 "각 새의 특징을 관찰하며 새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겨울 탐조에서 자주 눈에 띄는 새들의 행동은 먹을거리 찾기다. 새들이 이동하는 이유도 보통 먹이 문제와 관련돼 있다.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 개똥지빠귀와 노랑지빠귀가 나타나는 것도 이들이 즐겨먹는 찔레나무 열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가 떨어졌다 싶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잠수할 수 있는 오리들은 물 속에서 날렵하게 고기를 낚아채는 묘기를 선보인다. 새들마다 선호하는 먹이가 다르기 때문에 입맛에 맞춰 들깨나 땅콩,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준비하면 좋다. 이색적인 먹을거리는 쇠기름이다. 고덕수변생태복원지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쇠기름 덩어리에는 박새,쇠박새,오목눈이 등 새들의 부리 자국이 남아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얼마 전 강추위에 새들의 애처로운 행동이 목격됐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부리로 힘겹게 후벼대며 안간힘을 다하는 새들이 많았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철새들도 강물이 얼어붙는 통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깃털을 다듬는 모습,발자국이나 배설물 같은 흔적,맹금류에게 잡아먹힌 새에서 떨어진 깃털뭉치도 관찰할 수 있다.

탐조여행을 떠날 때에는 날씨도 고려해야 한다. 강이 얼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면 찰랑대는 물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먹을거리를 찾는 오리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장소에 따라 볼 수 있는 새들에도 차이가 있다. 가까이에 고덕산이 있는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는 겨울 철새와 더불어 오색딱따구리,쇠딱따구리,박새 같은 산새가 서식한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는 오리류,기러기류,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모여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는 다양한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선유도공원,강서습지생태공원,고덕수변생태복원지,난지생태습지원 등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홈페이지(hangang.seoul.go.kr)에서 미리 신청하면 된다. 비용은 무료.

수상택시를 이용한 겨울철새 탐조 프로그램도 있다. 여의나루역 승강장에서 시작해 밤섬 부근의 철새들을 관찰하고 새들에게 먹이주기,강서습지생태공원 내 조류전망대 체험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2월28일까지 운영된다. 요금은 1대(정원 7~10명) 13만원이다. 1588-3960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