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너 소' 등 5가지 쟁점 모두 판단 달라

서울중앙지법이 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 보도한 혐의(명예훼손ㆍ업무방해)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보도내용 중 일부 세세한 부분에 다소 과장이 있었다 해도 허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년 이상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던 PD수첩 1심 재판의 주요 쟁점은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 ▲MM형 유전자 ▲특정위험물질(SRM) ▲협상단의 실태 파악 등 5가지 사항에 대한 보도내용에 대한 허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개별 쟁점 사항들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요 혐의인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무죄로 결론지었다.

◇'다우너 소' = 검찰은 화면에 등장하는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제작진이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큰' 소라고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고 기소했다.

소가 주저앉는 이유는 다양하고 동영상 속의 소들처럼 1997년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를 취한 이후 출생한 소에선 광우병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작진이 공소사실과 달리 다우너 소들을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라고 보도해 허위사실로 볼 수 없고, 검찰이 제시한 이유만으로는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 = 사망한 인간광우병 의심 환자인 미국인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가장 논란이 됐던 쟁점이다.

검찰은 부검 결과 빈슨의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이후 실제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사망하기 전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은 것만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제작진이 공소사실과 달리 '빈슨이 MRI 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만 보도했기 때문에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

또 실제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방송 당시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MM형 유전자 = 검찰은 특정 유전자형만으로는 인간광우병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 중 94%가 MM형 유전자를 가졌다 해도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가량 된다고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라며 유죄 입증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전체 보도의 취지로 중요한 부분이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허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특정위험물질(SRM) = 검찰은 개정된 수입 위생 조건에 따르면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의 경우 SRM을 모두 제거한 후 수입하기 때문에 SRM 부위가 전혀 없음에도 5가지 SRM 부위가 수입된다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재판부는 소의 SRM을 분류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양하고 절대적 기준이 없는데다, 보도 내용은 우리 정부의 종전 분류기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어 역시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협상단의 실태 파악 = 마지막으로 검찰은 정부가 수입협상 체결 전 독자적으로 미국의 소 도축 실태를 파악ㆍ점검해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정부가 실태 파악을 하지 않았거나 위험을 알면서도 은폐ㆍ축소했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의심할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를 갖고 정부의 협상 결과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보도의 자유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이라고 봤다.

한편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관련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명예훼손 외에 업무방해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보도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돼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지 않고 제작진은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과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비판하려 했던 것이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