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의 굴욕…버냉키 "의회 감사 받겠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미 최대 보험사인 AIG에 182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제공했을 당시 FRB의 역할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해달라고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GAO)에 19일 요청했다. 뉴욕연방은행이 AIG 구제금융 건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의회가 연일 비난하자 버냉키 의장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 의회는 금융위기 주범 중 하나인 AIG의 직원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미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AIG 관련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해왔다. 하원 정부개혁감시위원회는 AIG 구제금융에 대한 전모를 밝히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원 의원들은 AIG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다른 금융사들에 지급한 수십억달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보험금 내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AIG가 거래 금융사들에 보험금 양보를 요청하지 않고 전액을 결제한 데 의문을 갖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GAO에 보낸 감사 요청 서한에서 "FRB는 이미 의회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으며 상당량의 정보를 일반인이나 감사기구들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의회는 지난해 GAO가 AIG 구제금융 문서를 조사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연방은행도 25만쪽 분량의 AIG 관련 문서를 하원 정부개혁감시위원회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AIG에 거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버냉키가 의회 감사를 받기로 결정한 것은 연임 여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임 투표를 앞두고 의회를 달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은 22일께 본회의를 열어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버냉키 의장의 연임 동의안을 표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처리돼야 버냉키 의장의 재임이 확정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