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업매거진입니다. 지난해 사실상 백수가 400만명에 달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김지예 기자, 고용 부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에서 올해 화두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구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일자리 만들기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이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를 강조하고 나선것은 그만큼 고용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정부는 5%대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지만 고용없는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고용 부진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요.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제 위기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실상 백수가 4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같은 규모는 관련 세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처음입니다. [앵커] 사실상 백수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네. 사실상 백수란 통계청이 공식 분류하는 실업자에다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쉬는 사람, 취업이 안돼 구직을 단념한 사람을 합친 개념입니다. 지난해 408만명에 달했는데요. 15세 이상 인구가 4천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은 사실상 백수인 셈입니다. 사실상 백수는 2003년 280만8천명을 기록했다가 2004년 310만9천명으로 300만명선을 돌파하더니 2008년 368만8천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앵커] 고용 부진 문제가 심각한데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높은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고용 상황도 나아지지 않을까요? [기자]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5%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비교적 큰 폭의 회복에 힘입어 취업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률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느냐 하는 것인데요.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성잘률이 1%p 높아질 때 늘어나는 일자리의 수는 2000년의 걍우 9만6천개였지만 올해는 이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윤증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예전에는 경제성장률이 1%p 높아지면 8만-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 대학 졸업생 50만명이 대부분 흡수됐지만, 요즘엔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돼 1% 성장에 3-4만명이 고용되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고용없는 성장'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군요. 정부의 대책이 있을까요? [기자] 정부는 일자리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매달 열기로 했는데요. 21일, 이번주 목요일에 첫 회의가 열립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용 창출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고용의 수요와 공급 양 측면을 고려해 공급 측면에서 우수한 인력 양성과 함께 산업, 금융, 서비스 등 각종 분야에서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일자리 확대 방안이 중점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또한 자본 투입 대비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계획을 이달중 발표할 계획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고용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윤증현 장관은 오늘 오전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고용창출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하면서 재계도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정부의 대책이 일자리 창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기업들의 소식 살펴보죠.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겠다고 잇따라 공언하고 있지만 사실상 고용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내 10대 그룹의 고용이 5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한국상장사협의회에 신고된 계열사별 고용인원을 종합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삼성과 LG, 현대중공업, 현대차, 포스코, 롯데, 한진, GS, SK, 금호아시아나 등 10대 그룹은 모두 44만5천159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겨우 0.77% 증가한 수칩니다. 연도별 10대 그룹의 고용인원을 보면 2005년 43만9천여명, 2006년 44만2천여명, 2007년 43만6천명, 2008년 44만1천여명 등을 기록해, 해마다 고용 인원이 1% 남짓 늘거나 주는데 그쳤습니다. [앵커] 지난해 경제 위기로 실업자는 늘어났지만 실업급여 수혜율은 오히려 높아졌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혜율은 42.6%로 1년 전 35.4%에 비해 7.2%p 높아졌습니다. 실업급여 수혜율이란 실업자수 대비 구직급여 지급자수의 비율을 말하는데요. 실업급여 수혜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수혜율이 높아진 것은 실업자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 피보험자수와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노동부는 분석했습니다. 한편,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이나 훈련 등을 통해 근로자의 고용유지를 하는 경우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지난해 1만3천개 기업에 3천102억원이 지급되었습니다. 이같은 지원금은 1년 전 306억원에 비해 10배가 넘게 증가한 수준입니다. [앵커] 고용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데,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도 인사 칼바람이 불고 있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철밥통'으로 여겨지던 공기업의 인사시스템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고 민간기업에서나 볼 수 있던 퇴출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시행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간부직을 대상으로 무보직과 하향보직, 경고조치를 무더기로 내렸다는 뉴스를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 4일 조직·인력 구조개혁을 골자로 한 개혁추진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14일에는 본부장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방만경영 등 이유로 질타를 받아왔던 만큼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집행임원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최근 인사에서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도 간부들을 무보직으로 발령냈습니다. 공기업은 상시 퇴출 프로그램이 전무해 퇴사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보장되는 '퇴출 무풍지대'였지만 최근의 전례없는 고강도 조직개편은 공기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취업매거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