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비판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재판에 잘못이 있는 경우 상소절차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

'강기갑 무죄 판결'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15일 내놓은 공식성명 내용 가운데 일부다. 대법원은 이날 대검찰청이 "의문 투성이인 판결"이라며 법원을 정면 공격하고 시민단체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검찰 등이) 하급심의 재판에 대해 잘못을 단정하는 취지의 성명을 내고 있다"며 반박했다.

대법원은 서울남부지법의 판결이 법원 전체의 결정인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하급심인 지법 판결이 확정 판결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소절차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말은 "하급심의 잘못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2심,3심에서 잘못이 바로잡혀지기까지 사건 피해자들은 고통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고 민사사건의 경우 소송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 더욱이 대법원 상고는 '심리불속행'이라는 제도가 적용돼 70%가량이 심리가 열리지도 않고 기각된다. 대법관 수는 14명에 불과한 데 비해 상고 사건은 연간 3만여건에 달해 업무 폭주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판결문에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는 내용만 있고 어떤 이유로 기각됐는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대법원 성명이 설득력을 갖기는 힘들다. 대법원이 이같이 인식할 정도인데,하급심 판사들은 전관예우 등 이유로 부당한 판결을 내리면서 '정 문제가 있으면 상급심에서 바로 잡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대법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한 국내 5대 로펌이 맡은 형사사건의 1심 무죄 선고율은 14.3%로 일반 사건 무죄 선고율(1.4%)의 10배에 달했다.

서울남부지법 판결이 '오답'인지 '정답'인지를 칼로 무 자르듯 잘라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판사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도 지양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건전한 상식에 비춰 판결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이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