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소비자 외면하는 '주유소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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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였습니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가격도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 마케팅은 줄었지만 주유소 등 대리점 마케팅은 오히려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김성진 기자입니다.
한때 TV 광고를 도배했던 정유사들의 광고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난해 경영상의 이유로 마케팅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였기 때문입니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카드사를 통한 포인트 혜택도 크게 축소했습니다.
정유사들의 이같은 선택에는 고착화된 시장 상황도 한 몫 합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36%를 점하고 있는 SK에너지를 비롯해 4개 정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몇 년째 변화가 없습니다. 신제품을 내놓고 마케팅 공세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자동차, 전자 제품과는 구조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지나다 가격이 싸면 기름을 넣을 뿐 굳이 특정 브랜드를 찾지 않습니다. 기름은 다 똑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은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만큼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오히려 유가는 오르고 정제마진은 악화되면서 가격은 더욱 오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마케팅은 줄었지만 주유소 등 대리점 마케팅은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3천개. 1995년 1만개를 넘은 이후 매년 3% 증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마트 주유소를 허가하는 등 주유소 설립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오히려 매월 문을 닫는 주유소만 2005년과 비교해 두배 늘었습니다. 결국 정유사들도 각종 혜택을 앞세워 기존 주유소 잡기에 주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
“서로 폴 사인이 바뀌는 경우가 영업 전쟁이다. 주유소 영업은 당연하다. SK 폴사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GS로 바꾼다. S-OIL 갖고 있는 분이 현대오일뱅크도 바꾸면 영업에 있어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이렇게 사용된 비용은 고스란히 기름값에 반영됩니다.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주유 시장. 앞으로도 정유사들의 비용절감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WOW-TV NEWS 김성진입니다.
김성진기자 kims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