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수도 관공서·빌딩 통째로 매몰…"수천명 사망"
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로 최빈국인 아이티에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폐허로 변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2일 오후 4시53분(한국시간 12일 오전 6시53분) 포르토프랭스 남서쪽 15㎞ 지점에서 7.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후 24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각각 5.9, 5.1 규모 여진이 피해를 키웠다.

USGS는 1770년 이후 아이티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이라고 전했다. 태평양 쓰나미센터는 아이티와 쿠바 바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 카리브해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두 시간 후 해제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상황은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대통령궁,재정부,문화통신부 등 주요 관공서 건물이 붕괴되고 의사당과 대성당이 허물어지는 등 포르토프랭스 도시 전체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유엔 평화유지군 건물이 무너졌고,유엔개발계획(UNDP) 건물과 물자 보관소,병원 등 유엔 부속시설들도 피해를 입었다. 사상자 수는 수천명에 이르고 재산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는 최소 300만명의 주민이 지진의 직접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레이몬드 조셉 주미 아이티 대사는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궁같이 튼튼한 건축물이 붕괴됐을 정도면 포르토프랭스의 산비탈에 지어진 허술한 집과 건물들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티 대통령은 무사하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티 수도 관공서·빌딩 통째로 매몰…"수천명 사망"
현지 호텔에 머물던 사진작가 테킬라 민스키는 근처 건물과 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다수 깔려 죽었다고 전했다. 조셉 델바 로이터통신 기자는 도처에 무너진 건물들이 있으며 그 아래 수십명의 사람들이 매몰됐다고 타전했다.

또 미 국제개발처(USAID) 관계자는 "하늘이 먼지로 꽉 차 회색빛을 띠고 있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카렐 젤렌카 주아이티 가톨릭구호봉사대(RCS) 대표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많아 사망자만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는 중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1인당 국민소득이 560달러에 불과하며 하루 소득이 1달러 이상인 인구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전체 국민 900만명 중 2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포르토프랭스는 주거환경이 불량할 뿐만 아니라 급경사의 산비탈에 지어진 건물이 많아 지진에 취약하다.

또 2004년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무장봉기로 쫓겨난 뒤 20개국 9000여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금까지 치안을 맡고 있을 정도로 행정력이 빈약해 부상자 구조와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진 발생 직후 아이티인들과 현지 유엔 직원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이티에 긴급 구호 지원을 지시했다. USAID는 72명의 구조요원을 아이티에 급파했으며 미 적십자사도 50만달러의 긴급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프랑스 캐나다 역시 구호물품을 보내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한편 아이티 내 한국인 70여명 가운데 밤 12시 현재 5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5명 가운데 한국에 있는 봉제업체 대표인 강모씨(59)를 비롯한 4명은 이번에 붕괴된 카리브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가 우려된다. 나머지 한명은 개인사업을 하는 서모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63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를 관할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통신이 두절돼 추가적인 정보를 알아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귀동/장성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