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억 '계좌 뺑뺑이' 1년간 추적…9억 추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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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체납추적 백태
백용호 국세청장은 지난 11일 올해를 '세원 양성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체납 추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체납 추적은 고의 · 악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밀린 세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재산 은닉 등 체납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국세청의 체납 추적기법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 국세청의 2008년 체납정리액은 250만9543건, 15조4480억원으로 전년 258만6332건,15조1304억원에 비해 2.1% 늘어나 2년 연속 개선됐다.
◆'계좌 뺑뺑이' 끝까지 추적
병원장인 A씨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부동산 매각 대금 62여억원을 부채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빼돌렸다. 빚을 갚아서 세금 낼 돈이 없다고 버틴 것.자금세탁을 위해 은행에 돈을 예치한 뒤 수백장의 수표로 수십 차례 인출하고 재입금하는 이른바 '계좌 뺑뺑이'를 이용했다. 아침에 서대문 은행에서 찾은 돈을 오후에 일산에서 입금하는 식이었다. 은행 수십 곳을 일일이 돌면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국세청은 1년여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9억원가량의 밀린 세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자금거래 현장 급습
강남구 서초동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는 B씨는 한 채를 먼저 팔고 1세대2주택 중과 양도세를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머지 한 채도 빠르게 처분하고 전세를 살면서 세금 낼 돈이 일절 없다고 우겼다. 고의적인 체납이라고 판단한 국세청은 주위 탐문조사를 통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날을 알아냈다. 당일 관할 지구대 경찰과 함께 B씨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는 부동산중개업소를 덮쳤다. B씨는 자신의 동태가 철저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체납액을 자진 납부했다.
◆사후 관리로 위장이혼 적발
이혼할 때 분할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어떤 세금도 물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탈세 수단으로 위장이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세청은 재산분할 규모가 큰 경우 철저한 사후 관리로 위장이혼 여부를 밝혀낸다. 이혼한 C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전세계약자 명의를 남편 앞으로 돌렸다가 덜미가 잡혔다.
게다가 이혼 후 가족 모두가 같은 국가로 이민을 가려고 한다는 것까지 확인되자 위장이혼임이 명백해졌다. 국세청은 전세 계약의 명의이전을 증여로 봤다. 이에 따라 관할 법원에 증여 등에 대한 사해(詐害)행위(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채무자의 재산권 관련 법률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전 남편의 재산을 가압류 조치했다.
◆대주주 지분거래도 상시 감시
모 기업의 대주주 D씨는 비상장 주식을 양도하고 양도세 53억원가량을 신고 · 납부하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은행 지점장 등과 공모해 부하 직원 등 7명의 차명계좌에 양도대금을 분산 입금했다. D씨가 간과한 것은 국세청이 대주주의 지분거래 현황을 상시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감시망에 걸린 D씨는 검찰 고발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세금을 스스로 납부했다.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
국세청은 언론 보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체납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E씨는 빌딩을 100여억원에 매각한 뒤 양도세 20여억원을 내지 않고 강원랜드에서 도박으로 100여억원을 모두 탕진했다. 실제로 세금을 낼 돈이 모두 없어진 것.그러나 국세청은 E씨가 강원랜드에 불법도박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30억원 가까이 승소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승소금을 압류해 조세 채권을 전액 확보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