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 친박측의 대권게임 차원으로 해석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정국에서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세종시 수정안 반대 견해는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마치 지난 2005년 말 사립학교법이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외로 나가 일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간 투쟁을 이끌었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

특히 "충청지역을 설득하라고 한 얘기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라는 뜻인데 말귀를 못알아들으시는 것 같다"며 여권 주류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은 박 전 대표의 `결기'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도 "머리가 아프다"며 그 강도에 놀라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측근들은 그의 정치 스타일을 이유로 꼽는다.

바로 국민과의 약속, 즉 신뢰는 반드시 지켜야 하며 국익을 위한 길에 `정치적 타협'은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과 수도권 과밀 및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강경한 입장에는 여론의 흐름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식언'이 횡행하는 정치권에서 신뢰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태도는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가 7일 재경(在京) 대구.경북신년교례회에서 수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한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 주에 비해 4%포인트가 오른 57.4%를 기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게다가 혁신도시 입주 예정지를 중심으로 `역차별'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박 전 대표의 `강경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여론이 좋아져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박 전 대표가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박 전 대표는 그 과정에서 더 큰 것, 바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친이(친이명박)계는 박 전 대표의 강경한 반대 입장이 궁극적으로는 2012년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본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영남에 확고하게 지지기반을 굳히고 있고 수도권은 어차피 반반 정도로 지지가 갈리는 상황에서, 충청 지역을 잡는 것이 (대권 행보를 위한) 기본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갈등을 현재권력(이명박)과 미래권력(박근혜)간 `파워게임'의 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신념에 따른 것이지, 절대 정략이나 손익의 차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건 간에 4개월간의 논란에 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그리고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가열될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가 2012년 대선 가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수정안 마련의 `주역'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 등을 놓고 `세종시 논란'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을 논하는 분위기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