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세밑에 국가적 경사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계약 체결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미국 아이다호주와 콜로라도주에 원전건설을 추진 중인 AEHI사 회장이 방한했다. 한국형 원전 도입과 관련해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와 동시에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과연 한국형 원전의 수출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형 원전(APR1400)은 개발 초기부터 국내 건설은 물론이고 미국 등 해외 수출을 목표로 설계를 수행했다. 미국에 원전을 건설하려면 미국연방법에 규정된 원자력 관련 법규와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의 제반 규제요건 및 신형경수로에 대한 미국전력연구소 전력사업자요건을 필수적으로 지켜야 한다. 한국형 원전은 그에 맞춰 10년간의 개발기간 동안 원전 관련 민관 기관들이 모두 참여해 개발을 완료했다. 따라서 한국형 원전은 미국 내 원전건설에 요구되는 모든 기술 및 안전성 요건을 만족하고 있다.

한 가지 미흡한 사항은 미국 내 한국형 원전 건설을 위해 필수적인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에 표준설계에 대한 설계인가(DC)를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형 원전을 개발 중이던 1997년 7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를 방문해 당시 인허가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던 한국형 원전의 디지털주제어실(MMI)설계 내용을 설명하고 미국 내 인허가 가능성을 타진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는 미국의 규제요건에 의거해 인허가가 가능함을 공식문서로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볼 때 한국형 원전의 미국 표준설계인가는 큰 문제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UAE에 원전을 수출함으로써 한국형 원전의 기술성,안전성,경제성은 국제적으로 공인됐다. 원전수출 경쟁국인 프랑스 및 일본 원전의 경우 자국 규제요건에 맞게 개발했기 때문에 미국 인허가 요건에 맞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현재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형 원전은 이미 이를 만족하며 미국 표준설계인가 신청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표준안전성분석보고서(SSAR)도 개발 당시 준비돼 있는 상태다. 한국형 원전의 미국 내 표준설계인가와 건설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원전 시장 진출에 한층 가속도가 더해질 것이다.

최일남 한국전력기술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