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정유 등 기간산업과 일부 은행 국유화를 단행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국 통화 평가절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8일 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각료회의에서 볼리바르화 환율을 달러당 2.15볼리바르에서 4.3볼리바르로 50% 평가절하한다고 발표했다. 식량 의약품 등 필수품에 대해서는 수입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달러당 2.6볼리바르의 차등 환율이 적용된다. 평가절하 조치는 11일부터 시행된다.

차베스 대통령은 "생산적인 경제 부문에 활력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유 판매 수입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9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차베스 대통령이 평가절하 조치로 자국 통화로 표시된 원유 수출대금이 늘면 대규모 공공지출 확대와 공무원 봉급 인상 등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금줄인 원유 수출대금이 유가 약세로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재정난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평가절하 조치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남미 최고 수준이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평가절하로 유발되는 물가상승률을 5%포인트 수준으로 보고 있다. 평가절하 발표 이후 현지 상점들은 물가 폭등을 우려해 상품을 사재기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암시장 환율이 달러당 6.35볼리바르인 현실에서 이번 평가절하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