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엊그제 당진제철소 제1고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식 행사를 가졌다. 현대 · 기아차 그룹이 마침내 숙원(宿願)이던 일관제철소를 갖게 된 것이다.

현대 · 기아차 그룹의 일관제철소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룹 창립자인 선대 고 정주영 회장이 지난 1977년부터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이 정몽구 회장 대에 이르러 마침내 33년 만에 현실로 바뀐 까닭이다. 당진제철소는 오는 2011년엔 제2고로까지 완성해 연간 800만t 쇳물 생산체제를 갖추고 열연강판과 후판 등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로써 현대 · 기아차 그룹은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 · 기아차로 이어지는 철강재 생산 · 소비 체제를 완성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갖추게 됐다. 정 회장이 "자동차 품질은 강판이 결정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온 점을 보더라도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강판을 자체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은 현대차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녹색 제철소로 건설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진제철소는 기존 제철소들이 철광석 유연탄 등의 원료를 맨땅에 쌓아놓는 것과는 달리 밀폐형 실내 저장고에 보관하는 방식을 택해 먼지가 전혀 날리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체 투자비 5조8400억원 중 5300억원(9.1%)을 환경투자에 쏟아부었다니 미래 제철소의 방향을 제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효과 또한 막대하다. 제2고로가 완공돼 연산 8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중소협력사 매출이 창출되고 연간 80억달러의 고급철강재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국내철강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기술개발을 앞당기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철강생산과정을 단순화시킨 친환경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남다른 경쟁력을 과시해왔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가 한국철강업계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하고 자동차를 비롯한 관련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돼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