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서민의 필수품인 검정 고무신을 만들던 국제화학과 동양고무공업.1980년대 운동화로 전성기를 누리다 외환위기로 똑같이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 워킹화 열풍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반세기 넘게 국내 신발산업의 역사를 써온 LS네트웍스와 화승의 얘기다.

LS네트웍스는 1946년 설립돼 '왕자표 고무신'으로 유명한 국제화학이 전신이다. 화승은 1953년 '기차표 고무신'의 동양고무공업으로 출발했다. 1970년대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신발제조 노하우를 전수받아 1980년대 각각 '프로스펙스'와 '르까프'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았다. 86 아시안게임,88 서울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돼 최고 전성기를 누리면서 프로스펙스는 한때 나이키를 누르고 국내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위기도 비슷한 시기에 찾아왔다. 국제화학(국제상사)은 그룹 해체에 이어 외환위기로 1998년 법정관리를 받다 2007년 LS네트웍스에 인수됐다. 화승 역시 1998년 모기업 ㈜화승이 부도를 내면서 계열사 구조조정 끝에 간신히 살아 남았다. 두 브랜드가 주춤한 사이 나이키,아디다스,푸마 등이 국내 스포츠패션 시장을 장악했다.

"아직도 그 브랜드가 있었어요?"라며 잊혀져가던 이들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가 2008년 말 기능성 워킹화를 내놓으면서부터.상시 세일하던 프로스펙스 운동화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2년간 연구 끝에 지난해 9월엔 10만원대의 일명 '키 크는 운동화(GH+시리즈)'를 출시해 20만켤레를 파는 빅히트를 쳤다. 이어 스포츠워킹 토털 브랜드 'W'도 론칭했다. 화승 '르까프'도 지난해 9월 웰빙 워킹화 '닥터세로톤'으로 두 달여 만에 4만켤레 이상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매출이 30% 신장했다.

LS네트웍스와 화승은 '신발 제조회사'에서 '브랜드 전문기업'으로 재도약에 나섰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4월 미국 스포츠패션 브랜드 '스케쳐스'와 15년 장기계약을 맺고 셰이프업 워킹화와 각종 의류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4년 론칭한 화승의 스포츠패션 'K-스위스'도 지난해 전년 대비 360%에 달하는 기록적인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성그룹 f(x)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스타마케팅과 국내 트라이애슬론 1인자 박병훈 선수 후원 등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두 업체는 아웃도어 시장에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LS네트웍스는 일본 '몽벨'과 독일 '잭울프스킨'을,화승은 미국 '머렐'을 각각 운영 중이다.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30~12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