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거구 느낌을 줬던 몸매는 호리호리해졌다. 이마와 눈가엔 주름이 깊게 패였다. 2007년 4월 회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토 · 일요일을 가리지 않고 출근했으니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지난 3년간 마음 고생도 심했고 정말 죽어라 일만 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30일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경영정상화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팬택은 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직후인 2007년 3분기 이래 올 3분기까지 영업 흑자를 기록했으며 이번 4분기도 흑자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10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셈이다.

◆합병으로 '제2의 도약'

팬택은 31일 등기 신청을 완료하고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통합한 '㈜팬택'을 출범한다. 박 부회장이 "무산되면 회사를 떠날 각오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합병 건이다. 팬택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일화한 시스템으로 안정된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팬택은 자원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 부문에 걸쳐 30% 이상의 효율성 향상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엔 휴대폰 판매량을 올해보다 50% 이상 많은 150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고,매출도 3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엔 휴대폰 판매 2500만대,매출 5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박 부회장 뚝심 위기 때마다 발휘

한때 회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던 팬택이 빠른 속도로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은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박 부회장의 뚝심 덕분이다. 그는 지난 8월 미국 퀄컴으로부터 대규모 출자전환을 이끌어낸 데 이어 9월에는 산업은행 등을 비롯한 채권단의 2차 출자전환까지 성사시켜 부채를 크게 줄였다.

이번 합병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실적 호전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박 부회장은 "이번 합병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휴대폰 시장 경쟁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본격적인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전열을 정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팬택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시장과 내수시장으로 양분해 왔던 판매 전략도 대폭 바꿀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유럽 및 중국,인도,동남아 등지로 수출을 확대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계열사인 팬택씨앤아이를 통해 와이파이(무선랜) 기능을 갖춘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도 내놓을 예정이다. 미니노트북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음성 위주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박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개선작업이 끝나는 2011년 말 이후 재상장도 추진,기업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