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와 같은 경쟁이 벌어진다. 내년에는 더 빠르고,더 강하게,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제품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조직구조와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중국사업의 '판'을 새로 짜겠다. "(박영호 SK㈜ 대표이사 겸 중국 통합법인 대표)

내년 공격경영을 이끌어 갈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첫 취임 일성이다. 새해에도 한국 기업의 질주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연말 인사에서 발탁된 핵심 CEO들은 냉혹한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서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중책을 맡았다.


◆삼성,새해 경영 키워드는 '스피드'

올해 삼성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다.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투 톱'을 맡아 온 최 사장은 이번에 단독 대표로 올라섰다. '장사꾼''디지털 보부상'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최 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온 영업맨 출신.역대 삼성전자 사장 가운데 첫 번째 비(非) 엔지니어 출신이다. 경영 트레이드 마크는 과감한 도전과 빠른 의사 결정이다. 최 사장은 지난 17일 취임식에서 "정글 같은 국제 경쟁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르고 신속한 의사 결정에 강력한 실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피드와 통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 사업조직을 정리,10개 사업부를 반도체,LCD 부문 등 7개로 통 · 폐합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외에 물산,SDI,엔지니어링도 수장이 바뀌었다. 부사장 전무 등 '뉴 삼성'을 이끌어갈 CEO 후보군도 120명 발탁했다. 삼성물산 대표로 옮긴 정연주 사장은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을 해외 수주 1위에 올려놓았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의 부활을 이끌어 온 최치훈 사장은 삼성SDI 사장을 맡아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도하게 됐다.


◆LG · SK,해외 영업라인 강화

LG와 SK그룹 인사의 공통점은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 인재의 전진 배치다. 유임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추진해 온 '조직과 인재의 글로벌화'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LG를 이끌고 있는 조준호 사장도 주목받고 있다. 조 사장은 2002년 44세로 부사장에 오른 뒤 이번엔 50세에 사장에 선임돼 현직 LG 사장단 가운데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SK그룹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범할 중국 통합법인의 초대 총괄 사장에 임명된 박영호 SK㈜ 사장이 눈에 띈다. 그는 그룹 지주회사인 SK㈜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중국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게 됐다. SK그룹이 내년 초 신설하는 기술혁신센터(TIC)의 사령탑을 맡은 박상훈 TIC장도 주목받고 있다. 박 TIC장은 SK대덕기술원 화학연구소장,SK기술원장 등을 지낸 연구 · 개발(R&D) 분야의 '기술통'으로 꼽힌다.

◆한화 · LS · STX,신사업 발굴에 초점

한화그룹은 신성장동력 발굴과 해외사업 강화에 임원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 한화석유화학 사장으로 홍기준 부사장을 승진 발령해 태양광과 2차전지,나노튜브 등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한화갤러리아 대표에는 전무 승진 2년차의 황용기 대표를 기용했다. 황 대표는 20년 이상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해외통이다.

LS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부사장 직급으로 대표이사를 맡아 온 손종호 LS전선 CEO와 심재설 엠트론 CE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STX그룹은 플랜트,자원 개발,에너지 등의 신규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성을 살린 인사 ·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낸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이 중공업 부문도 총괄하고,산자부 국장과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등을 거친 이병호 ㈜STX 사업본부장은 STX에너지 사장을 맡았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