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과 과학을 연속체의 양 끝이 원처럼 서로 맞물려 공통의 지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 우리는 세상에 대한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남들에게 전한다. 이것은 감정에 따른 판단이다. 우리로 하여금 특별히 어떤 것에 마음을 쓰도록 동기가 작용한다. 정서와 동기부여는 동일한 신경화학적 동전의 양면이다.

-대니얼 J 레비틴의 《호모 무지쿠스》(마티 펴냄) 중에서


'스위스처럼 부유한 국가와 모잠비크 같이 가난한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 차이는 대략 400 대 1 정도다. 250년 전만 해도 최부국과 최빈국 격차는 5 대 1에 불과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격차도 1.5 대 1 수준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데이비드 S 랜즈 하버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그의 대표작 《국가의 부와 빈곤》에서 600여년간의 세계 경제사를 훑으며 국가 흥망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한다.

그의 첫 번째 질문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이다. 여기에 몇 가지 질문이 가지를 친다. 습하고 추운 유럽 대륙이 근대에 들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한때 4대 발명품을 자랑하던 중국이 서구 열강에 휘둘린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슬람 국가들은 왜 '검은 황금'을 갖고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까.

그는 900쪽이 넘는 이 책의 대부분을 '국가의 전략적 결정과 세계무역의 상호작용'에 할애한다. 한 나라가 부국의 길과 빈국의 길 중 어느 한 쪽을 걷게 된 것은 국가정책이라는 '선택'의 결과이며,그 선택은 '문화'에 의해 내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곤에 대한 최상의 치료책은 자국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 유럽의 프로테스탄티즘 노동관이나 일본의 '일하기 위해서 산다'는 태도 등 노동을 강조하는 문화가 기술 · 산업 발전을 이끌며 최고의 우위를 점해왔다고 역설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경제 발전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문화가 모든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의 경우를 보자.유럽인들은 기원 전 1000년부터 쇠로 만든 도구를 쓰면서 알프스 산맥 북쪽의 땅을 개척했지만 한참 지나서야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게 됐다. 잉여 식량이 생기자 교역 도시가 커졌고,외부와 소통하면서 유럽의 힘은 강해졌다. 동방에서 들여온 향신료로 음식의 부패 속도를 늦추고 인도산 면화 덕분에 속옷을 자주 빨아 입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건강해졌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산업혁명의 싹을 틔울 수 있었다. 유럽이 그 힘으로 라틴 아메리카를 공략했을 때 '미개한' 국가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아시아는 어떤가.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비단과 면직물 제조뿐 아니라 사케 등 식품 가공산업까지 키웠다. 유럽과 경쟁하기 어려운 중공업보다 직물과 식품으로 승부를 걸었고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은 화약 · 나침반 · 인쇄술 등 최고의 발명품을 만들어냈음에도 외부세계와의 교류를 스스로 막는 바람에 추락했다. 중화주의의 '자부심'이 '무관심'이라는 독으로 변한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대포를 개발하고도 이를 쓸 상대가 없다며 방치했고 근대식 무기를 소 닭보듯했으며 '교만스럽게도' 문호를 열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근면과 더불어 최고의 성과를 도출해 내는 열쇠는 자유와 자유무역'이라고 얘기한다. 쇄국정책과 불관용주의는 경제를 후퇴시킨다는 것.한때 이탈리아와 스페인,포르투갈도 '지적 · 종교적 편협으로 상처받고 정치 불안으로 고통을 받았듯이' 편협한 태도를 고수한 중국,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배를 벗어나지 못한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운명이 여기에서 갈렸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국가적 '자부심'의 명암을 제대로 보라고 경고한다. 특히 현대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남달리 강한데 바로 이 점이 '난제'라고 꼬집는다. 강력한 노동 기득권과 관대한 사회보장제를 누리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나 고용 비용 상승으로 실업률이 높아져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천년왕국은 없다. 독단을 피하고 잘 듣고 잘 보라.수단을 더 잘 선택하도록 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하라.'

세계 경제 600년의 큰 줄기를 통시적으로 꿰뚫으면서 흥망성쇠의 세부 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한 역작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