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 최고위 성직자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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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반체제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가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 전했다.
이란 관영 뉴스통신 IRNA와 파르스는 이슬람 시아파 최고 성직자를 뜻하는 `그랜드 아야톨라'라는 호칭을 생략한 채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가 어젯밤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아파 성지인 콤 지역에 머물러온 몬타제리는 지난 6월 대선 이후 이란을 휩쓴 반정부 시위 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인정하지 않는 개혁파 야권 세력을 지지했던 성직자이다.
이란의 개혁파 웹사이트들은 이스파한 나자파바드, 쉬라즈 등 여러 지역에서 수천 명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콤으로 떠났으며, 테헤란 대학 학생들은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하자마자 애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한, 테헤란의 주요 광장에는 몬타제리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콤 지역에는 중무장한 전투경찰이 배치된 상태라고 이들 웹사이트는 주장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몬타제리는 한때 초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거명됐었다.
하지만, 그는 1988년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를 조롱하는 시를 발표한 영국인 살만 루시디를 살해하라는 호메이니의 지시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등 호메이니의 강경노선을 비판해오다가 지도부에서 축출됐다.
몬타제리는 또 권력이 최고 지도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이란의 신정체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며, 최고 지도자의 권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는 1989년 호메이니가 숨진 뒤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자격 문제를 거론했다가 1997년에 반역 혐의로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몬타제리는 5년 후 건강상의 이유로 가택연금에서 풀려나고 나서도 자유와 정의를 부단히 옹호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파 세력의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매김됐다.
몬타제리는 오는 21일 콤에 있는 마수메흐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란 당국은 그의 장례식에 대한 외국 언론매체의 취재를 금지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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