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한명숙 전 총리를 체포해 조사함에 따라 양측 간 뇌물수수 혐의 공방이 본격 시작됐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금품을 건넨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전직 총리에 대한 첫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불명예를 남긴 한 전 총리는 "한 푼도 안 받았다"며 검찰수사를 정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

검찰 수사관의 영장 집행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께 검찰 수사관이 도착하자 노무현재단 사무실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 중 일부가 웅성거렸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여성 2명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 5명은 재단에 도착하자마자 관계자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재단이 마련해 둔 대기실로 향했다. 이들이 들어서자 이해찬 전 총리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한명숙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인사 12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전 총리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체포영장"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 한 전 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천만 번을 물어도 대답은 한결같다. 아닌 것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전 총리는 낮 12시50분께 검찰이 준비한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 순순히 탑승했다. 집무실 앞에서 스님 복장을 한 40대 남성이 문구용 칼을 휘두르며 검찰 수사관을 위협하는 소동을 벌였으나 재단 관계자들이 제지해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진술 구체적" vs "거짓 진술"

검찰은 이날 늦게까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실제로 곽 전 사장에게서 돈을 받았는지와 받았다면 어떤 명목인지,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한 전 총리는 변호인 입회 아래 혐의를 적극 부인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예우를 감안해 권오성 특수2부장이 직접 신문토록 했다.

이번 수사의 쟁점은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돈을 받은 사람은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일반인도 아니고 대한통운 사장까지 지낸 사람이 안 준 돈을 줬다고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5만달러를 봉투 2개에 2만달러와 3만달러씩 나눠 담아 건네줬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곽 전 사장이 뇌물을 준 목적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달라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곽 전 사장이 한국전력 산하 남동발전 사장으로 가기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8일 검찰이 한 전 총리 측에 제시한 체포영장에는 남동발전이 아닌 석탄공사 사장으로 가려고 로비하기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기재됐다.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이 되도록 도와 달라"는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돈을 건넸다면 대가성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인사 청탁 명목이 아니었다면 총리의 전반적인 업무와 관련한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할 수도 있지만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