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구입했던 수트(정장)를 다시 살 수 있을까?'

시즌마다 신상품을 쏟아내는 패션업계에선 불가능하지만 위버 럭셔리(초특급 명품) 브랜드에선 가능하다. 단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시간'을 보관해 두는 '포에버(forever)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110년 역사의 프랑스 수제화 '벨루티'는 고객의 발을 본뜬 나무 발본(엑스보토)을 레이스,깃털 등을 장식한 예술품으로 제작해 본사에 영구 보관한다. 파리 부티크엔 피카소,윈저공 등 유명인들의 발본이 전시돼 있다.

'007 제임스 본드 수트'로 유명한 이탈리아 남성복 '브리오니'는 수트 원단을 30년간 보관한다. 맞춤 수트를 고객이 재주문할 수 있도록 원단에 고객 이름,제작연도를 기록해 10곳의 보관소에서 관리한다.

프랑스 '에르메스'의 가죽가방도 고객이 대(代)를 이어 들더라도 언제든 수선이 가능하다. 에르메스의 '켈리백''버킨백' 등에는 제작연도,장인 시그니처,아틀리에 번호가 새겨진다. 일종의 제품 보증서로,사용한 가죽을 연도 · 종류 · 색상별로 보관해 고객의 수선 요청 시 재사용한다.

영국 왕실의 공식 향수인 프랑스 '크리드'도 마찬가지.고객과 상담을 통해 그의 성격,추억에 적합한 향기를 만드는데 가격은 2500만~1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만든 향수는 5년간 개인 소유권과 함께 10ℓ를 제공하며 이후엔 소유권이 크리드로 넘어가 일반에도 판매된다. '스프링 플라워'(오드리 헵번),'플러리시모'(그레이스 켈리) 등은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빚은 인기 제품이다.

안상미 기자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