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특허강국,양보다 질에 달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영국 더 타임스지가 발표한 '2009 세계 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47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대학이 50위권 안에 포함된 것은 평가가 시작된 2004년 이래 처음이다. 특히 공학 분야에서 서울대와 KAIST가 20위권에 랭크돼,이공계 분야에서 우리 대학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반영했다. 그런데 만약 그 연구들이 산업과 대학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 채 활자로만 남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식재산의 대표적 지표로 먼저,특허등록 건수로만 보면 미국 MIT가 연간 약 150건,컬럼비아대가 약 100건을 등록하는 데 반해 서울대와 KAIST는 각각 약 400건을 등록하고 있어 우리나라 대학이 상당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세가 역전된다. 기술이전을 통해 컬럼비아대가 연간 약 1700억원,MIT가 800억원 정도의 기술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반면,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기술료를 받은 서울대가 30억여원,그 다음으로 KAIST가 15억여원을 기록했을 뿐이다.
대학은 이공계 박사의 70%가량이 소속된, 인적자원이 가장 풍부한 연구 집단이다. 이러한 대학의 기술이 특허 등을 통해 지식재산화되고 산업으로 이전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기술력 전쟁을 이끌어 가야 할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특허예산의 부족이다.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데는 비용이 소요되는데 대학 연구자들이 특허,특히 해외특허를 획득하는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허예산의 부족으로 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 연구의 '투자수익률(ROI)'이 높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연구중심 대학은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많은 연구비를 사용한다. 연구의 결과는 논문과 특허 등으로 대부분 공개되는데,이 연구비는 결국 사용되는 '비용'이며 연구결과를 특허 등으로 지식재산화하지 않으면 대학에 돌아오는 재정적인 수익을 바라기는 어렵다.
둘째,특허 전략의 부재다. 지금까지 대학에서의 특허는 교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출원해도 되고,안 해도 되는,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었고,교수에 대한 평가는 소위 SCI논문을 위주로 했다. 그러나 대학은 학문의 연마와 전파뿐 아니라,산업 지원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이전 및 지식재산권 확보 실적을 논문 못지않게 중요한 교수평가의 지표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이 바람직하다.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들이 '다수출원'에서 '우수특허발굴'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시점이다. 대학 또한 특허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고 기술이전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개발할 때다.
마지막으로 특허 교육의 부족이다. 특허출원을 도울 수 있는 특허청과 변리사가 있다고는 하지만,지식재산의 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의 몫이다. 이들이 스스로 선행 특허를 조사하고,평가하고,중요한 기술을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 교육이 대학에서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특허교육이 사회에 편만하게 전파돼 일반인들도 좋은 아이디어를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이를 뒷받침하는 특허지원 체계가 구축되면 대한민국이 지식강국이 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특허청이 실시한 대학(원)생 졸업작품 · 논문 공모전인 '대학 IP(지식재산) 오션'과 같은 특허 교육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에게 특허 출원의 체험 기회는 물론,특허에 대한 관심을 고양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대학의 연구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체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아져야 할 때다.
안성훈 < 서울대 교수·기계공학 >
지식재산의 대표적 지표로 먼저,특허등록 건수로만 보면 미국 MIT가 연간 약 150건,컬럼비아대가 약 100건을 등록하는 데 반해 서울대와 KAIST는 각각 약 400건을 등록하고 있어 우리나라 대학이 상당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세가 역전된다. 기술이전을 통해 컬럼비아대가 연간 약 1700억원,MIT가 800억원 정도의 기술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반면,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기술료를 받은 서울대가 30억여원,그 다음으로 KAIST가 15억여원을 기록했을 뿐이다.
대학은 이공계 박사의 70%가량이 소속된, 인적자원이 가장 풍부한 연구 집단이다. 이러한 대학의 기술이 특허 등을 통해 지식재산화되고 산업으로 이전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기술력 전쟁을 이끌어 가야 할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특허예산의 부족이다.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데는 비용이 소요되는데 대학 연구자들이 특허,특히 해외특허를 획득하는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허예산의 부족으로 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 연구의 '투자수익률(ROI)'이 높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연구중심 대학은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많은 연구비를 사용한다. 연구의 결과는 논문과 특허 등으로 대부분 공개되는데,이 연구비는 결국 사용되는 '비용'이며 연구결과를 특허 등으로 지식재산화하지 않으면 대학에 돌아오는 재정적인 수익을 바라기는 어렵다.
둘째,특허 전략의 부재다. 지금까지 대학에서의 특허는 교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출원해도 되고,안 해도 되는,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었고,교수에 대한 평가는 소위 SCI논문을 위주로 했다. 그러나 대학은 학문의 연마와 전파뿐 아니라,산업 지원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이전 및 지식재산권 확보 실적을 논문 못지않게 중요한 교수평가의 지표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이 바람직하다.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들이 '다수출원'에서 '우수특허발굴'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시점이다. 대학 또한 특허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고 기술이전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개발할 때다.
마지막으로 특허 교육의 부족이다. 특허출원을 도울 수 있는 특허청과 변리사가 있다고는 하지만,지식재산의 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의 몫이다. 이들이 스스로 선행 특허를 조사하고,평가하고,중요한 기술을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 교육이 대학에서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특허교육이 사회에 편만하게 전파돼 일반인들도 좋은 아이디어를 특허로 출원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이를 뒷받침하는 특허지원 체계가 구축되면 대한민국이 지식강국이 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특허청이 실시한 대학(원)생 졸업작품 · 논문 공모전인 '대학 IP(지식재산) 오션'과 같은 특허 교육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에게 특허 출원의 체험 기회는 물론,특허에 대한 관심을 고양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대학의 연구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체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아져야 할 때다.
안성훈 < 서울대 교수·기계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