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5일 "외국어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외고 폐지 논란이 두 달여간의 진통 끝에 지난 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존속하되 규모 축소'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다음 날인 11일 외고 폐지론의 단초 중 하나였던 '외고생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날 서울대는 2010학년도 수시 모집 합격자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외고 출신 비중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중 외고 출신은 전체의 7.1%인 144명이었다. 2008학년도 4.4%,2009학년도 5.1%에 이어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기자전형 인문계열의 경우 외고생이 전체의 41.3%를 차지했다. 지난해(32.6%)보다 10%포인트가량 늘었다. 외고가 어학 영재 양성이라는 초기 설립 목적과 달리 입시 중심의 학교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서울대의 '외고생 사랑'은 이 대학이 2005학년도부터 외국어 등 특기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특기자전형을 신설하면서부터 두드러졌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어 성적 및 수상 실적 등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 전형은 특히 비교과 영역 실적이 우수한 외고생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가 이 전형을 도입한 이후 외고 등 특목고생 합격 비율은 첫해 15.3%, 2006학년도 17.1%,2007학년도 20%,2008학년도 21.9%,2009학년도 24.3%로 상승했다.

여기에는 서울대가 이 전형의 모집 인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에 전체 모집 인원의 13.2%를 이 전형으로 선발한 데 이어 2006학년도 17.2%,2007학년도 21.6%,2008학년도 29.4%,2009학년도 34.6%,2010학년도 36.9% 등 꾸준히 이 전형의 모집 인원을 늘려왔다. 더 많은 외고생을 받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외고 논란에는 외고생을 편애한 대학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외고 폐지 측의 문제 원인 분석에서부터 규모 축소를 전제로 한 외고 존치라는 해결책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대학이 빠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외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김일규 사회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