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자신의 염문설을 활용한 '더러운 간계'를 쓰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프랑스 정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프랑스 주간 르 푸앵 등은 6일 지난해 부하 여직원과의 염문설로 곤욕을 치른 칸 총재가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염문설의 진원지가 엘리제궁이라는 것을 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G20 회의장의 화장실에서 사르코지와 마주친 칸 총재는 "엘리제궁에 있는 당신 아이들(사르코지의 측근들)에게 그런 짓(염문설 비방)을 중단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이처럼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엘리제궁이 정치적 라이벌로 급부상 중인 칸 총재에 대해 의도적인 비방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칸 총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파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필적할 만한 유일한 좌파 정치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제1 야당인 사회당의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어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는 사르코지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칸 총재는 좌파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집권기에 산업부 장관(1991~1993)을 맡았고,좌파 총리인 리오넬 조스팽 총리하에서 재무장관(1997~1999)을 역임했다. 칸 총재는 2007년 9월 IMF 총재로 선출된 뒤 지위를 남용해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궁지에 몰렸지만 IMF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말 "권력을 남용한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유임을 결정한 바 있다.

한편 두 사람 간 긴장이 높아지자 당초 사르코지가 대통령 당선 직후 칸을 IMF 총재로 천거한 것도 그를 프랑스 정계와 분리시켜 차기 대선주자군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칸 총재가 IMF 본부가 있는 워싱턴에서 파리 정치무대로 복귀,대선전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