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정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 방문에 앞서 어제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8일부터 진행될 북 · 미대화 의제를 놓고 우리 측과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오바마 정부 출범 이래 첫 북 · 미간 공식대화인데다,그 성과에 따라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으로 복귀할지,아니면 다시 대치상태로 돌아갈 것인지가 판가름나게 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그의 방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보즈워스 대표는 8일부터 10일까지 평양에 체류하면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을 만나 북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促求)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번 북 · 미 접촉에 대해 어떤 낙관이나 비관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이 '한 번의 대화'임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북한의 경우 '권력 승계'와 최근의 화폐개혁 등을 둘러싸고 내부 사정이 어느 때보다 복잡해보이는 까닭이다.

더구나 이번 북 · 미 접촉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도 그렇다.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의 6자회담 불참 선언과 2차 핵실험,이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등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북은 미국과의 양자대화 및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상투적인 벼랑끝 전술을 들고 나왔고,이번 회담도 그 결과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은 6자회담의 불씨를 살려내 협상국면으로 가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랜드 바겐'을 통한 일괄타결 방안을 내놓은 마당이다. 북의 6자회담 복귀와 핵 불능화를 전제로 한 대규모 경제지원과 이후의 북 · 미간 관계정상화,평화협정까지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만큼 북은 어렵사리 성사된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핵포기나 6자회담 복귀의지에 대한 진정성 없이 당장의 제재를 모면해 보자는 식으로 이번 북 · 미간 회담을 이용하려 한다면,결국 국제사회의 제재만 더욱 강화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북 · 미 관계 정상화도 결국 6자회담 복귀와 핵폐기가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