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사 협상이 막판 고비를 맞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방안을 놓고 양측은 끝까지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노총은 3일 오후 6시간여의 마라톤 회의를 가졌지만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복수노조 도입에 대해서는 3년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4일 다시 회의를 열고 전임자 임금 문제를 조율한다는 방침이지만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극적 합의를 이끌어 내더라도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노동계의 관측이다. 경총과 한국노총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데다 정부와 여야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 앞두고 진통 계속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총과의 협상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지도부가 재계에 전향적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조직 내부의 반발 때문이다. 조직 내 일부에서는 "이런 식의 합의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도 분란에 휩싸여 있다. 복수노조 허용 여부에 대해 회원사 간 이견이 있는 데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방식에 대해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양측 모두 내부 설득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의 입장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노동부가 '원칙적 시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노동부는 이날 노사 양측에 복수노조 도입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모두 '1만명 이상 사업장과 공기업부터 우선 시행하고 6개월 단위로 5000명,1000명,500명,300명 규모의 사업장으로 순차적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노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행령을 통해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또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도입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모두를 노사 자율화에 맡겨 줄 것을 주장하며 장외투쟁 방침을 굳힌 상태다.

◆개정안 마련까지 험로 예고

정치권도 '복수노조 · 전임자 문제'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사 합의가 불투명해지자 4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모으기로 했다.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기업의 근로자 수에 따라 차등 시행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산학연종합센터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근로자 수 1000명 이하 기업은 2~3명,1만명까지는 7~8명,4만명 이상은 20명가량의 노조전임자에게 회사에서 급여를 주도록 하자는 게 우리의 절충안"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되 전임자 수를 줄이자는 취지다. 또 연착륙을 위해 복수노조,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하되 처벌조항은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부칙에 명시하자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은 노사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결정해 입법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김 의원은 최근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되 교섭창구나 지급 여부를 법으로 규정하지 말고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재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정부,재계의 합의시도는 정당성 없는 명백한 야합"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노사 합의안이나 당론을 가지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를 상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여야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비정규직법의 경우처럼 별다른 보완책 없이 전면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경봉/김유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