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예산안이 또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헌법에 국회는 새해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아직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안을 처리 기한내에 심사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이 19년 만에 처음이고 보면 이만저만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여야는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갖고 오는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안 심의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임시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 또한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

이 같은 국회 파행이 온통 '세종시 계획 수정'과 '4대강 사업'에 파묻힌 정치권의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화급한 예산심의는 팽개친 채 어제 민주당은 충남 천안,자유선진당은 보령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세종시 원안 추진을 내건 여론몰이에 나섰다. 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정하고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살피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책임을 스스로 방기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게다가 여당 출신인 이완구 충남 지사가 어제 세종시 계획 수정에 반발,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정부의 대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솔(輕率)한 처신이자,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런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여야 대립을 심화시킬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새해 예산안이 빨리 처리되지 못하면 민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각종 부수법안 처리 또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의 지연 처리가 민생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등 핵심 민생법안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만 4000건 이상인 실정이다.

아직 경제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 이들 민생법안 처리 또한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여야가 당장 예산심의에 나서야 할 이유다. 세종시 문제는 대안 제시 후 타당성을 검증하면 되고,4대강 사업은 그것 대로 따져야 할 일이지 이를 내년도 전체 예산심의 · 처리와 연계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