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 산하의 예방의학특별연구팀(USPSTF)이 유방암 검진지침을 발표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내용은 △40대 여성에게 있어 일상적인(1~2년에 한 번) 맘모그램(유방 X선 촬영) 검진은 바람직하지 않고 △50~74세의 연령군은 격년으로 맘모그램을 찍도록 하며 △의사의 진찰 또는 유방자가촉진은 효과적이지 못하므로 권장할 필요가 없으며 △디지털 맘모그램,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은 유방암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검진 도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유방암 관련 학회들은 △40세 이상의 여성은 1~2년에 한 번 의사의 진찰과 맘모그램을 받고 △매달 한 번 유방자가촉진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왜 이렇게 상반된 견해가 나왔을까.

우선 한국의 유방암 환자는 2008년 10월 말 현재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집계 결과 9016명에 달한다. 2006년 기준으로 매년 인구 10만명당 46.8명이 새로 유방암에 걸리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수치의 세 배에 이른다. 서구 선진국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생활양식이 서구화되고 조기 암검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여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유방암이 증가하지만 한국은 40대 여성의 비중이 약 40%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60대,30대 순이다. 환자의 약 60%가 폐경 전 여성이다. 따라서 40대 이후 여성의 정기적인 맘모그램 검진은 필요하다. USPSTF조차도 맘모그램은 40대의 유방암 사망률을 15% 정도 감소시킨다고 인정하고 있다.

USPSTF는 맘모그램에 의한 오진과 이에 따른 불필요한 정밀검사(초음파 MRI 조직검사 등)의 남발,정신적 스트레스를 지적했다. 오진은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는 유방암인데 유방암이 아닌 것으로 진단되는 위음성,유방암이 아닌데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위양성이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의 위양성률은 1.0%,위음성률은 21.5%에 달한다.

위음성률이 높은 것은 국내 30~40대 여성 중에 '치밀형 유방'이 많기 때문이다. 치밀형 유방이란 실질(유선)조직이 전체 유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연세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치밀형 유방의 비율이 △30~34세에 88.1% △35~39세 91.1% △40~44세 78.3% △45~49세 61.1%로 서구의 40대(약 45~47%)보다 매우 높다. 치밀형 유방은 맘모그램을 찍을 경우 하얗게 나와 유방 내 조그만 멍울을 발견하지 못하게 만든다.

따라서 30~40대 치밀형 유방 여성은 유방암 진단을 놓치기 쉽다. 초음파 검사로 이런 결점을 보완할 수 있으나 확진검사(조직검사)가 아닌데다 5만~15만원(비보험)의 비용이 들어 필요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맘모그램의 방사선 노출을 문제삼기도 한다. 흉부 X선 촬영에는 0.01~0.1mSv(밀리시버트),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는 9~10mSv의 방사선이 나오는 반면 맘모그램은 0.8mSv 수준이다. 이는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를 비행기로 갈 때 맞는 자연방사선량과 비슷해 1년에 한 번쯤 맘모그램을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밖에 MRI는 방사선이 나오지 않아 인체에 안전하나 비싸서 검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최근 등장한 양전자방출유방단층촬영기(PEM)나 유방감마카메라(BSGI) 등은 양성 및 악성 조직을 구별하고 3㎜ 크기 이상의 종양을 발견할 수 있으며 치밀형 유방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방사선을 이용한 검진 방법이고 위양성률이 다소 높으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게 결점이다. 자가유방촉진은 대개 암이 1㎝ 이상이어야 손으로 만져지므로 조기발견에는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젊은층의 유방암은 때론 매우 빨리 자라고,자가촉진은 돈이 들지 않으므로 매월 자기 유방 건강에 관심을 가져본다는 측면에서 권장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국민건강보험(개보험) 도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선 맘모그램 검사비용이 통상 2만원 선인 반면 미국에선 수십만원이 든다. 따라서 USPSTF의 견해는 미국의 건강보험 지출 규모를 줄여보려는 정책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 개입된 것으로 짐작된다. 결론적으로 맘모그램 검진은 미흡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발견을 통한 유방암 사망률 감소를 위해 계속 필요하다.

강성수 교수 < 관동대 제일병원 외과 >

▶유방암 예방 요령


1.지방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2.어릴 때부터 규칙적으로 운동해 소아비만을 막고 초경을 늦춘다.

3.스트레스와 음주를 피한다.

4.30세 이전에 첫 아이를 낳고,가급적 많은 자녀를 출산하며, 모유를 먹인다.

5.유방에 미치는 방사선 조사량을 줄인다(특히 20~30대).

6.30세 이후 가급적 이른 시기에 유방 검진을 받아본다.

7.폐경 이후에는 정기적 검진을 받는다.

8.피임약 폐경기증후군치료제 등 여성호르몬 함유제제의 사용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