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의 대기업 S사.정문 게이트가 출근한 전략기획팀 김 과장의 신원을 출입카드로 확인하자 엘리베이터는 김 과장의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간다. 김 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오자 동작감지 센서는 이를 인지하고 조명과 냉난방 시스템,팩스,스캐너,복사기 등을 가동시킨다. 컴퓨터 옆에 부착된 생체인식 시스템이 김 과장을 확인하자 컴퓨터가 자동으로 부팅되면서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한다. 화면에는 오늘의 업무와 미팅 일정이 나타난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컴퓨터가 저절로 꺼진다.

SF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보안 · 경비서비스 전문회사 에스원(대표 서준희)이 약 15억원을 투입,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신개념 융합보안시스템 '세콤마스터'가 작동되는 장면이다. 에스원은 이 시스템을 지난 10월 100억원을 받고 S사에 설치했다. 세콤마스터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건물 출입 권한을 개인별,장소별,시간별로 제한하고 인터넷 접속까지 통제해 정보 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에스원이 경비서비스 전문회사에서 융합보안서비스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융합보안은 5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나 대형 쇼핑몰 및 군사시설 등에서 각종 방범,방재에 대한 솔루션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

에스원이 이처럼 '신성장엔진'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경비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융합보안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향후 국내 보안시장 전망에 따르면 2013년 융합보안시장은 2007년(약 3000억원)의 약 12배인 3조5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원은 우선 최근 높아진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관심을 감안,세콤마스터를 비롯한 보안솔루션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 송도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일부 건물에 적용되고 있고 국내 일부 대기업과도 공급 조건을 논의 중이다.

에스원은 군사용 무인경비시스템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지난 6월 경기도 연천 모 사단 철책경비구역에 약 40억원어치의 무인경비시스템을 시범 설치했다. 철책에 부착된 감지장치를 이용,철망이 절단되거나 철책을 넘어가는 사람이 생겼을 경우 상급 부대에 자동으로 보고하는 것이 특징.또 철책선을 따라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경계병력 대신 절책 전후방을 주 · 야간 감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간에는 2㎞,야간의 경우 200m까지 감시가 가능해 경계능력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능형 경비로봇도 개발 중이다. 지능형 감시로봇은 기존의 CCTV와 경비인원의 순찰 및 방범 역할을 합친 것이 특징이다. 로봇이 외부 출입자와 차량 출입 등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화재 및 도난 사건 등이 발생하면 촬영된 영상을 관제 센터나 보안 담당자의 휴대용 단말기에 전송하고 경고음을 울려 사고를 예방한다.

한편 에스원은 27일 서울 중구 순화동 본사에서 창립 32주년을 맞아 비전선포식을 개최한다. 이날 중장기 성장전략과 중점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센싱 더 넥스트(Sensing the Next) 안전과 안심'이라는 새 커뮤니케이션 슬로건이 발표될 예정이다.

회사는 또 고령자를 위한 헬스케어 사업,환경 방재 모니터링 사업 등 세 가지 신사업 분야를 추가로 개척,2020년까지 세계 10대 보안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다. 서준희 대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고객 100만명을 유치하고 연간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