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달 상표가 지워진 중고 골프공을 사들인 후 다시 상표를 찍어 비싼 값에 되판 판매업자들을 적발했다. 그러나 원래 있던 상표를 새로 찍은 것에 대해 상표법 위반을 적용할지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군산지청은 대검찰청 소속 특허수사자문관에게 문의한 결과 "중고 골프공을 새 골프공으로 재처리 하는 것은 실질적인 생산행위이고,여기에 다시 상표를 붙이면 법위반"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군산지청은 이를 토대로 A업체 대표 김모씨 등 업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업의 애간장을 태우던 특허수사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과거 특허침해 사건이 접수되면 통상 특허무효심판,권리범위확인심판 등 소송결과를 보고 처리했다. 적어도 1~2년이 지나야 형사사건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특허수사자문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특허수사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특허수사를 전담하는 이곳에 지난 8월 특허수사자문관 3명이 파견된 이후 39건의 특허 형사사건 가운데 33건이 처리됐다.

검찰 관계자는 "특허사건은 아주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민사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2~3개월이면 기소나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수사자문관은 검찰의 특허사건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특허청에서 파견된 계약직 공무원,특허청에서 10년 이상 특허심사나 특허심판 경력을 쌓은 베테랑 직원들이다. 사실상 특허사건 1심을 맡으며 특허무효나 권리범위 심판을 다루는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 심판관들과 비교해 전문성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들은 특허기술과 침해 의혹을 받는 기술을 비교해 침해 여부를 가려 담당 검사에게 통보해 준다. 특히 전문기술 분야에 대한 고도의 지식이 요구되는 특허명세서 분석이 주요 임무다.

지난달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A사가 자사의 골프장갑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대기업 B사를 검찰에 형사고소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특허의 요지는 "엄지 두덩 부위를 다른 부분보다 두껍게 만든 골프 장갑"이었는데 B사 제품은 엄지 상단 부분이 두꺼웠다. 특허수사자문관들은 '두덩 부위'가 엄지손가락 둘째마디 아랫부분이라는 학계 의견을 수렴해 B사에 대해 한 달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허수사가 신속해진 데 대해 기업들은 반기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철환 변호사는 "민사 판결이 날 때까지 특허권을 침해당한 기업들이 발만 동동 구르거나 억울하게 고소당한 기업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는데 이 같은 문제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혐의 처분 대신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면 판결이 과거처럼 더디게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특허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의 결과를 보고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특허수사자문관이 관여한 사건 가운데 법원 판결이 나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앞으로 법원 판결도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h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