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평형 유지하는 밸라스트 수처리 시스템 연결 핵심 배관
내부식성과 반 영구적 내구성, 미국 업체 독점구조 흔들릴듯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밸라스트(Ballast)수처리 설비의 핵심 소재인 GRE 파이프를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가 국산화하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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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선박 구명정 제조업체인 현대라이프 보트(대표 남상우)는 23일 밸라스트 수처리 설비를 해저와 연결해 바닷물을 흡입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GRE 파이프의 대량 생산설비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밸라스트 수처리는 선박의 평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해양수의 정화를 통해 바다 생태계 파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해수가 유입되는 배관의 재질에 따라 밸라스트 수처리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GRE 파이프는 기존 주철관에 비해 무게가 3분의1 이하에 불과한데다 내(耐)부식성과 반영구적 내구성을 갖고 있는 친환경 소재 특성 때문에 국내는 물론 세계 거의 대부분 조선업계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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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전무해 지금까지 전량을 미국의 아메론(AMERON)사에 의존해왔다. 이로인해 물류비용과 납기지연, 공급사의 대량구매 요구로 인한 재고물량 누적 등의 각종 부담이 과중돼 글로벌 경쟁력 저하의 주된 요인이 돼왔다.

이런 구조속에서도 국내 조선소들은 선박 한척당 3억-4억원 정도 들어가는 GRE 파이프 비용을 감안해 국산화하는데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국내 일부 중견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이 제품의 양산을 시도하긴 했지만 내구성과 강도 등의 국제기준을 맞추기가 쉽지않아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GRE 파이프의 연구개발을 주도한 최부근 상무는 “조선 최강국인데도 아메론사의 독점 공급 구조로 인해 국내 조선소들이 ’을‘의 위치에 있는 것을 보고 제품개발에 기꺼이 나섰다”면서 “GRE파이프의 국산화는 바로 국내 조선업계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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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이프 보트는 유리섬유 등 특수재질의 원료를 몰드(각종 파이프를 생산하기위한 틀)에 빠른 속도로 감고 가열및 경화(굳히기)작업을 거치는 첨단 필라멘트 와인딩(Filament Winding)공법을 이용해 항 부식성과 내구성을 갖춘 다양한 크기의 GRE 파이프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이를 위해 지난 2년간 10여명의 전문인력과 사업비 30억원이 투입됐다.

회사측은 국제 선급 승인을 거쳐 내년부터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 최소 1000억원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회사는 또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17년부터 해상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밸라스트 수처리 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함에 따라 시장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남상우 대표는 “해상플랜트와 담수화 설비,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 등에도 GRE파이프 사용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는 매출 1000억원대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세계 4위권의 구명정 제조사인 현대라이프보트는 선박 배관소재와 럭셔리 요트, 요트 엔진 등의 국산화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