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페라라시에서 12세 아들을 키우는 한 엄마가 얼마전 '자녀 과잉보호 죄'로 고발 당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엄마가 등 · 하교 외에 아이의 외부활동을 일절 금지한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봤다. 아이는 교회에도 못나간데다 간식도 먹기 좋은 크기로 일일이 잘라 갖고 다닐 정도였다. 결국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줄도,뛸 줄도 모르는 등 정신적 · 신체적 발육저하 상태가 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요즘 아이를 광적으로 보호하는 부모가 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유괴당할 경우에 대비해 매일 아침 아이의 사진을 찍어놓는가 하면 다치는 것을 막으려고 놀이터의 그네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91㎝짜리 끈으로 부모와 아이의 손목을 묶는 '킨더 코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을 정도다. 외출시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용품이지만 '개줄'과 다름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미국에서 혼자 등교하는 아이의 비율이 1969년만 해도 41%였으나 이젠 1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보호가 자녀의 성공을 막는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자녀 보호가 지나쳐 붕괴 직전의 버블 상태에 도달했다고 진단하며,다양한 반성의 움직임을 소개했다. 캔자스의 한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과제물이나 도시락을 깜빡 잊고 와도 부모들이 가져다 주지 말기를 권하고,한 대학은 신입생 등록 때 부모들이 함께 오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학교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자녀 방목(Free Range Kids)''느긋하게 양육하기(Slow Parenting)''단순하게 양육하기(Simplicity Parenting)'등의 블로그나 육아모임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부모들은 기본적 역할만 하되 아이들이 혼자 놀고 공부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내버려두라는 내용이 주류다.

자녀 과보호에선 서구 못지 않은 데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과외홍수 속으로 밀어넣는 데 익숙해진 우리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부작용으로 이미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고 어른 되기를 꺼리는 '피터팬 신드롬'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극성스런 부모들에 대한 미국사회의 처방은 간단하다. "자녀교육의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D.H.로렌스의 말을 따르자는 것이다.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