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회계기준 혼선] "회계법인마다 기준 달라…전문가도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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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무자 반응
"회계법인마다 IFRS에 따른 작성 기준이 다릅니다. 영업이익 순이익 등 재무제표에 표기된 실적만 가지고 다른 회사와 비교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
IFRS를 조기도입한 기업들의 회계 담당 실무진은 통일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며 한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유럽식인 새 회계기준이 종전보다 재무제표 작성에 더 많은 자율성을 줬지만,기업과 시장의 준비는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IFRS와 관련해 준칙 같은 것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각 기업의 회계 담당 실무진은 회계법인에서 제시한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어떤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느냐에 따라 실적을 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IFRS를 조기 도입한 KT&G의 회계 담당자는 "회사마다 자산과 영업활동의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광의의 가이드라인은 사용하기 힘들다"며 "컨설팅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이 정해준 대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재무제표를 설명하는 주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이 바뀔 때마다 실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풀무원홀딩스 회계 담당자는 "작년까지 한 회계법인과 IFRS도입 컨설팅을 받은 뒤 올해 감사인을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꿨다"며 "회계법인 간에도 감가상각, 사업결합 등에 관한 시각차가 있어 이를 조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재무제표뿐 아니라 현행 공시기준을 따르는 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은 상장사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직전 사업연도보다 30%(자산총액 2조원 이상은 15%) 이상 달라질 경우 수시로 공시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IFRS 도입으로 실적 기준이 바뀌면 이 같은 상황이 속출할 게 뻔한데도 이에 대한 규정은 아직 없는 상태다. 경쟁사와의 비교는 물론 한 기업의 과거 실적도 IFRS를 도입하면서 크게 달라져 사업 연속성을 판단하는 일도 힘들어졌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한 펀드 매니저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도 IFRS와 관련해 교육을 받지 못해 실적이 나오면 숨겨져 있는 사실을 '숨바꼭질'하듯 찾아야 할 판"이라며 "전문가들의 사정이 이러한데 개인투자자들에겐 실적을 해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후/조재희 기자 hu@hankyung.com
IFRS를 조기도입한 기업들의 회계 담당 실무진은 통일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며 한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유럽식인 새 회계기준이 종전보다 재무제표 작성에 더 많은 자율성을 줬지만,기업과 시장의 준비는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IFRS와 관련해 준칙 같은 것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각 기업의 회계 담당 실무진은 회계법인에서 제시한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어떤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느냐에 따라 실적을 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IFRS를 조기 도입한 KT&G의 회계 담당자는 "회사마다 자산과 영업활동의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광의의 가이드라인은 사용하기 힘들다"며 "컨설팅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이 정해준 대로 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재무제표를 설명하는 주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이 바뀔 때마다 실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풀무원홀딩스 회계 담당자는 "작년까지 한 회계법인과 IFRS도입 컨설팅을 받은 뒤 올해 감사인을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꿨다"며 "회계법인 간에도 감가상각, 사업결합 등에 관한 시각차가 있어 이를 조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재무제표뿐 아니라 현행 공시기준을 따르는 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은 상장사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직전 사업연도보다 30%(자산총액 2조원 이상은 15%) 이상 달라질 경우 수시로 공시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IFRS 도입으로 실적 기준이 바뀌면 이 같은 상황이 속출할 게 뻔한데도 이에 대한 규정은 아직 없는 상태다. 경쟁사와의 비교는 물론 한 기업의 과거 실적도 IFRS를 도입하면서 크게 달라져 사업 연속성을 판단하는 일도 힘들어졌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한 펀드 매니저는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도 IFRS와 관련해 교육을 받지 못해 실적이 나오면 숨겨져 있는 사실을 '숨바꼭질'하듯 찾아야 할 판"이라며 "전문가들의 사정이 이러한데 개인투자자들에겐 실적을 해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후/조재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