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국제 거래를 이용한 탈세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새로 만들었다고 18일 발표했다.

역외탈세는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을 세금 납부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빼돌리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 차장 직속으로 설치되는 이 전담센터는 기존의 '해외은닉재산 전담 태스크포스(TF)' 6명을 흡수,분석팀장을 비롯한 3개반 15명의 과(課)단위 별도 조직으로 구성됐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본청 조사국장과 국제조세관리관의 직접 지원을 받게 돼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담센터는 역외탈세 파악을 위해 우선 해외 부동산 · 기업의 등기부,국내외 기업의 재무자료 데이터베이스,기업 공시자료 등 공개된 정보에 대한 검색과 분석 작업을 강도 높게 펼치기로 했다. 해외 과세당국과 조세범에 대한 정보 교환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적극적 조세회피행위'(ATP · Aggressive Tax Planning) 사례를 찾는 데도 나설 계획이다. 적극적 조세회피행위는 금융회사 등과 공모해 지능적이고 계획적으로 탈세하는 것을 말한다. 전담센터는 또 국내외 정보수집요원의 관리와 확충에도 나선다.

주요 분석 타깃은 기업 대주주가 투자를 가장해 해외 현지법인에 거액을 송금한 뒤 곧바로 자금을 빼돌려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자녀 유학경비로 유용하는 행위이다. 조세피난처나 금융비밀주의 국가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을 무단 폐업하는 방식 등으로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것도 포함된다.

전담센터를 별도로 둔 것은 역외탈세가 치밀한 수법으로 은밀하게 이뤄져 기존의 통상적인 정보수집과 세원관리 시스템만으로는 차단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지난 8월 스위스 UBS은행이 보유한 미국인 비밀 계좌정보가 미국에 제공된 것을 계기로 역외탈세 차단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 국세청의 경우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대형 자산가 관리를 위한 전담 팀을 두고 있으며,영국은 기소면제 조건으로 해외탈루 소득의 자진 신고를 받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역외 금융자산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이 활용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도입을 의원(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의 역외자산 규모를 2조~11조500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미국은 의회 보고서를 통해 자국의 연간 역외탈세 규모를 1000억달러로 추산했다.

한편 박윤준 국제조세관리관은 "국세청은 어떤 경로로든 탈세 의혹이 제기되면 사실 확인을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효성그룹 일가의 미국 부동산거래 의혹도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검찰이 조사하는 사안"이라며 별도 조사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