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7~9월) 전국 2인 이상 세대의 실질소득이 역대 최악의 감소율을 보이며 1년째 줄었다. 반면 소비는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용부진 등에 따른 팍팍한 살림살이가 펴지지 않고는 소비심리 개선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13일 3분기 전국 세대(2인 이상)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305만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10만5600원)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실질소득 감소율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분기별 월평균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 1.5% 증가한 이후 지난해 4분기 -0.7%,올해 1분기 -3.0%,2분기 -2.8% 등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소득이 줄어든 것은 고용시장 불안으로 근로자 임금이 오르지 않은데다 추석이 10월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형태별로는 근로소득이 전년동월 대비 0.3% 줄었으며 재산소득(이자,배당 등)도 28.7% 감소했다. 반면 사업소득은 3.6% 증가했다. 이전소득(연금,정부보조금 등)은 지난 9월 정부의 근로장려금 지급에 힘입어 5.0% 늘었다.

소득은 줄었지만 소비는 늘었다. 3분기 세대별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은 195만37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5% 증가했다. 소비가 많이 늘어난 항목은 보건(12.4%),교통(11.1%),오락 · 문화(16.3%) 등이었다. 보건분야는 신종플루 확산으로 의약품 구입이 늘어났기 때문이고 교통분야는 노후차 교체에 따른 세제지원 정책으로 신차 구매가 증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식료품 · 음료(-4.9%),주류 · 담배(-10.9%),통신(-0.6%) 등의 지출은 줄었다.

소득이 줄면서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총소득에서 연금보험료,세금 등을 뺀 소득)은 283만5000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0.9% 감소했다. 세대당 흑자액도 63만8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2.4% 줄었다.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은 5.47로 전년동기 대비 0.04포인트 낮아지며 소득격차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회복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소득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정부는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해 고용창출과 서민생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