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12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포기하면서 재계 순위 20위권 대도약의 꿈을 접었다. 정치권의 끊임 없는 특혜 시비 제기와 해외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등 잇따라 터져 나온 돌발 악재 등으로 실사도 못하고 아쉽게 하이닉스 인수전에서 발을 빼게 됐다. 회사 측은 "세간에서 제기되는 특혜시비로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을 내렸다"며 인수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효성은 지난 9월22일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은 지난달 1일 2년여간 진행해온 효성의 70억원대 비자금 수사를 종결한다고 공식 발표했지만,국감 시즌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은 '대통령 사돈기업 봐주기'라며 검찰과 효성을 동시에 압박했다.

효성이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하이닉스 지분을 15~20% 부분 인수한다는 방안이 알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형적인 특혜 논란이 재연됐다. 효성 관계자는 "왜곡된 사실을 토대로 '효성은 무조건 안 돼'라는 식의 인식이 정치권과 시장에 퍼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각종 시비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달 초 불거진 효성가의 해외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었다. 정치권의 공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급기야 검찰이 수사의지를 밝혔고,효성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부담을 안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느니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기회를 노리자는 게 효성 경영진의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해 효성이 얻은 것은 상처뿐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돼 향후 사업 전개에 부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효성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이닉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당장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과정을 거치면서 시장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회사의 시장가치를 다시 높여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 인수 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효성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4.80%(1만200원) 오른 7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정호/이정선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