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한 · 미 FTA 쇠고기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현재 외교안보원 외교역량평가단장 · 사진)은 최근 'PD수첩 사건' 담당 재판부에 피해자 진술서를 제출했다. 민 단장은 지난 3월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이며 내달 2일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심리로 열리는 'PD수첩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민 단장은 재판부에 제출한 피해자 진술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이성이 작용하지 않은 한바탕 광풍이었다"면서 "PD수첩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등장인물,화면,통계수치를 정해진 방향으로 몰고가는 거짓 조작 선동방송으로 상상 속의 한국형 광우병을 만들어 냈다"며 울분을 토했다.

민 단장은 촛불시위 과정에서 "저는 '매국노''광우병 오적(五敵)'이란 딱지가 붙었고 저와 가족에게 온갖 저주와 협박,욕설이 쏟아졌다"면서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공직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명예가 갈기갈기 찢겼고 제 가족들은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떨어야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민 단장은 사건 발생 이후 국민들이 냉정을 되찾긴 했으나 짓밟힌 명예를 도저히 회복할 길이 없어 'PD수첩 재판'을 청구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그는 지금 외롭게 투쟁하고 있다. 15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PD수첩 제작진에 맞서 그는 개인변호사를 선임해 법정투쟁 중이다.

민 단장은 "이미 지나간 진실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언론과 피고인이 투사로 미화되는 현실,대중의 위협 앞에 지식인도 입을 다무는 모습이 너무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PD수첩 제작진은 법정에서 자신을 핍박받는 민주투사이자 영웅으로 착각하고 방청석에 홀로 앉아 있는 저에게 냉소를 흘려 고소한 제가 오히려 죄인 같은 착각마저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작년에 (촛불시위로) 나라가 한쪽으로 무너지고 있는데 평소 그렇게 많던 지식인들,전문가들,학자들이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는 그는 "저의 아픈 과거를 들춰서라도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런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정에서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