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기업의 국적이 중요한 관심사인 것 같다. 언뜻 보기에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기업의 국적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의아해진다. 필자가 18년을 보낸 멕시코와 파나마에서 휴대폰 통신업자는 스페인 회사였으며 은행들은 미국과 스페인,캐나다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철도는 미국 회사가,자동차는 유럽과 아시아,미국산이다. 필자가 처음 멕시코에 갔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국가 소유였지만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경쟁원리가 도입돼 서비스가 개선되고 값이 내려갔다.

한국에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아마도 한국인이 기업의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 타당한 말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관리자는 주주 수익에 최선으로 부합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야 한다. 주주들은 투자에 대한 최선의 수익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가장 합리적인 곳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이는 투자에 대한 상대적인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돈과 투자에는 국경이 없다.

필자의 고향인 영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예는 영국인이 사랑하는 축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첼시는 러시아인,맨체스터 시티는 아부다비인이 소유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있으며 박지성 선수도 그 중 한명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영국의 아이콘이다. 그렇다면 이를 외국인의 손에 넘겨준 결과는 무엇일까. 사실 구단을 영국인이 소유하든 외국인이 소유하든 차이는 없다. 왜냐하면 누가 팀을 소유했든 선수들은 프리미어 리그,UEFA,FIFA가 정한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규칙을 정하느냐'이다. 규칙은 소비자들의 공평한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투명하고,공정해야 한다. 또 다른 좋은 예는 영국의 HSBC그룹이다.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HSBC그룹 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이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21세기에는 누가 기업을 소유하느냐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를 장려하는 규칙과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투자하기에 좋은 장점을 갖고 있다. 큰 내수 시장과 교육 수준이 높고 근면한 노동력,뛰어난 인프라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국적이 정말로 중요한 문제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답은 간단하다.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점차 국적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민족주의는 지양해야 한다. 월드컵과 국제 스포츠 경기 때 말고는 말이다.

매튜 디킨 < HSBC코리아은행장·ceohsbckorea@hsb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