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주류회사가 지역 고등학교 3학년생을 초청해 공장 견학과 주도(酒道) 강의를 진행키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보해양조는 대입 수능시험(12일)을 마친 광주지역 고3 학생을 대상으로 견학 신청을 받는다고 9일 밝혔다. 오는 16일부터 선착순으로 접수된 광주지역 20여개 고교 6000여명의 학생들이 보해의 장성공장 견학,술자리 예절 특강,주류역사관 탐방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비록 수능시험은 마쳤어도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주부 임미옥씨(46)는 "술 만드는 공장을 견학하고 주도까지 가르치면 술 한 잔쯤은 마시지 않겠느냐"며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런 행사를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술 공장 견학으로 인해 안전사고를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광주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가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작정하고 술을 마시면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그보다는 학생들의 향후 직업과 관련된 기업체 견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해 측은 예비 성인들에게 건전한 술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행사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학생들이 올바른 음주문화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폭음으로 인한 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능 이후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학교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져 지난해 광주 · 전남지역 고교생 500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행사를 진행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보해 측은 "지난해 실시한 주도 교육이 음주사고 예방에 좋은 효과를 거뒀다는 일부 학교 측의 요청으로 확대 실시하게 됐다"며 "견학과 주도 교육 시에도 술 대신 매실음료를 제공하고 기념품도 학용품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