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던 35세 여자 태권도 사범.그는 그러나 자신의 뒷바라지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애인으로부터 프러포즈 대신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것도 충격적인 말과 함께."연애 위자료다. 그 돈으로 가슴 성형이나 해라.너를 안을 때마다 남자를 안는 것 같았다. "

통곡하던 그는 결국 가슴 확대 수술을 결심한다. 비용은 700만원.아는 의사에게 20% 할인받기로 했지만 수술 직전 어머니에게 들켜 무위로 돌아간다. "어디 함부로 몸에 칼을"이라는 부모에게 그는 울부짖는다. "절벽가슴 아닌 사람은 내 마음 모른다. " 어머니는 결국 의사를 찾아간다.

MBC TV 일일극 '살 맛 납니다' 도입부다. 어머니는 의사에게 부작용은 없는지,흉터는 안 남는지,모유 수유에 지장은 없는지 등을 물어본 뒤 모쪼록 예쁘게 잘해 달라고 부탁한다. 가슴이 커 보일까 끈으로 꽁꽁 동여매던 시절이 있었고 보면 실로 격세지감이 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 소재로 등장했다는 건 옳고 그른 걸 떠나 그만큼 일반화됐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인터넷엔 여성의 가슴 확대를 둘러싼 광고가 넘쳐난다. 'S라인을 만들어 자신감을 회복시킨다''당당하게 해준다' 등.지난해 수입된 가슴성형 보형물(코헤시브 겔)만 2만8341개라고 할 정도다.

비용도 비용이요,수술의 고통과 위험이 두려운 여성을 겨냥한 것도 수두룩하다. 바르기만 하면 된다는 가슴 크림부터 가슴 마사지와 가슴보정 속옷,가슴 확대 기구까지.하나같이 가슴을 '크고 탄력있게 올려준다'는 것들이다. 요즘엔 침을 이용한다는 한방 성형에 관한 홍보도 많다.

가슴 크림은 콩과 식물인 '푸에라리아' 등의 추출물로 제조했다는 기능성 제품이다.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마사지를 받거나 힘들게 운동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바르기만 하면 봉긋하고 탱탱한 가슴이 된다는 문구는 실로 유혹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100g에 20만원씩 할 만큼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더니 실은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서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점검한 결과 이렇다 할 임상시험 결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마른 몸매에 가슴만 크긴 어렵다. 드라마 속 민수는 '가슴 그까짓 것' 하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의 경우 쉽사리 단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뭐든 손쉽게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없다. '혹시나'에 매달리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