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상당기간 현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럽 영국 일본 등도 경기부양 차원에서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반면 호주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은 이미 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에 돌입했으며 한국 인도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도 늦어도 내년 초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국제 투기자금)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FRB는 이날 가계 소비가 증가하고 주택활동이 늘었지만 △실업 증가 △소득 저조 △자산가치 감소 △대출 위축 등을 들어 미국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당히 안정된 만큼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하는 데 당분간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점을 확인했다. FRB 관계자는 "FRB 내에서 금리를 올리자는 매파보다는 제로금리를 유지하자는 비둘기파가 아직은 훨씬 많다"고 전했다.

FRB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 시한도 변경하지 않았다.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과 채권 1조2500억달러어치와 1750억달러어치를 각각 내년 3월 말까지 매입키로 했다. 채권의 경우 시장 물량이 감소해 매입계획 규모만 종전의 2000억달러에서 다소 줄였다.

영국중앙은행(BOE)도 5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현행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BOE는 이와 함께 당초 이달 말까지 1750억파운드를 투입키로 한 시중유동성 공급규모를 250억파운드(410억달러) 늘려 총 2000억파운드로 확대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이날 1.0%인 기준금리를 6개월째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짐에 따라 내년까지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0일 0.1%인 기준금리를 11개월째 동결했다.

미국 등의 저금리 정책은 취약한 자국 경제를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약달러와 국제 상품가격 강세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달러 가치는 떨어진 반면 국제 금값은 장중 온스당 1096.50달러까지 올랐다가 2.40달러(0.28%) 오른 1087.3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신흥국 시장은 캐리 트레이드 급증에 따른 핫머니 유입으로 자산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호주에서도 통화가치와 함께 부동산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자본 유입으로 신흥국 자산시장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몬 존슨 전 IMF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속도에 비춰볼 때 또 다른 자산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