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의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로 1 · 2세대 간 소통 부족이 자주 지목된다. 4일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는 가업승계 대상 중소기업인들의 이러한 고민을 풀어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제신문은 '제2회 기업가정신주간'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가업승계를 앞둔 1 · 2세대 80명을 초청,'가업승계 1 · 2세대 전략세미나'를 공동 개최한 것.세대 간 의사소통과 인식 공유를 통해 가업승계를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올해 처음 시도된 행사다.

5일까지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15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최장수 기업인 전통예산옹기와 알파색채(업력 47년) 등 장수기업 창업주와 2세경영인,여성 CEO(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활약 중인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행사 첫날인 4일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하트스토밍(heartstorming) 커뮤니케이션'.하트스토밍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의 반대 개념으로 마음속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화 기법을 일컫는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허일강 룩스컨설팅 대표는 "세상을 만드는 힘은 이성이지만,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마음"이라며 "가업 승계에 성공하려면 브레인스토밍을 넘어서 하트스토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스킨십을 동반한 각종 게임을 통해 세대간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어색함을 털어냈다. 2인1조로 한 명이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목적지로 향하는 '블라인드게임',서로에게 반성문 쓰기,역할바꾸기 등을 하면서 참석자들은 활발한 대화를 나눴다.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는 곳곳에서 터지는 웃음소리로 금방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2세 경영인인 전선영 알파색채 부사장(42)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던 회사를 승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번 행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2년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소재민 대표이사(31)는 "자라면서 부친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고,이는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곁에 있는 창업주 소완섭 회장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들과 대화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영태 중소기업청 차장은 '1 · 2세대,건강한 장수기업의 DNA발견'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가업승계 기업이 일반 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 경제적 이익 및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장은 '가업승계 원활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는 경영 1세대의 고령화로 후대에게 물려줄 시기를 맞고 있다"며 "1 · 2세대 간 소통,후계자 양성 등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2세 경영인은 "현재 상속세를 일부 공제해주는 수준에서 가업승계 작업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가업승계를 전제로 한 기업에 한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상속세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인=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 행사 참가기업(총 36개사)

△장수산업 △한영넉스 △피아산업 △에이알 △이구산업 △바로식품 △리스템 △새생활체인 △장원패션 △세지 △컴윈스 △예본정공 △동양종합식품 △한국백신 △전통예산옹기 △성남기업 △드림오피스 △동양잉크 △태정산업 △삼화실업 △이화산업사 △대덕기기 △스펙스 △부여산업개발 △삼화유업 △금성다이아몬드 △알파색채 △팔팔 △금혜사 △삼양건설 △해맑은번영수산 △삼손 △유명사 △동광산업 △원진알미늄 △로만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