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창조산업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기업 · 기관의 인재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권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크리스 웨인라이트 예술협회유럽연맹 회장 겸 런던예술대 학장)

"현재 제도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상을 설정하고 교육시스템을 맞춰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대책 등에만 집중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세훈 서울시장)

글로벌화로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도시 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문화 · 서비스 · 언어 경쟁력을 확보한 선진 도시들이 인재와 기업을 끌어가면서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다. 오세훈 시장,크리스 웨인라이트 회장은 4일 '도시 미학,그리고 경쟁력'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유현준 홍익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디자인 등 창조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크리스 웨인라이트 회장=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들은 역사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런던은 75개 언어가 사용될 정도로 풍부한 사회 ·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발전했다. 한국 도시들도 훌륭한 자연환경과 역사성을 갖고 있다. 이제는 문화적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서울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언어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시장 취임 후 지역별로 글로벌 존을 활성화하는 등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외국인 학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을 외국인들이 단순히 거주하고 일을 하는 공간을 넘어 창조활동에 나설 수 있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유 교수=창조산업에서 디자인이 핵심 요소로 등장한다. 런던의 디자인 정책 노하우는 무엇인가.

△웨인라이트 회장=시작은 교육에 있다. 예술,디자인 등은 초등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 고등교육으로 넘어가면서 인재들이 나오고 창조산업과 연계된다. 런던 고교 중 24%가 창의성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 바로 영국의 창조산업을 키우는 힘이다. 현재 영국 내 창조산업 종사자는 190만명에 달한다. 디자인 등 창조산업 분야 유력 기업들이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도 런던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중요한 것은 시와 정부의 열정적 지원이다.

△오 시장=서울시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두고 서울의 상징과 색깔을 만들고 공공 부문에 일관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은 물론 서비스 디자인도 중요하다. 서울은 내년에 첫 번째 세계디자인 수도를 맡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서울의 품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 교수=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결국 창의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가 중요하다.

△웨인라이트 회장=시가 주도적으로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시민들 생활 속에서 창의적 마인드가 배어 나오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혁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줘야 한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좋은 방법이다. 창의적 사고를 장려하는 보상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오 시장=현재 한국 교육시스템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형 인재는 다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과 언어 능력,첨단 지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최근 사교육비 감소 대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자율적 ·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교육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인재포럼은 시의적절하다. 인재 교육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