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 환매가 일단락되는 양상이어서 증시 수급 부담이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주가 상승으로 원금을 회복한 펀드 투자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미 이탈한 데다 향후 조정장세가 예상되면서 손실을 감수한 환매는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또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이탈하고 있지만 소규모인 데다 이들 자금 중 일부는 국내 주식형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고 증시 하락으로 '스마트머니'도 새로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올 4월부터 본격화됐던 펀드 환매가 '1차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며 앞으로 투신권의 매물이 줄면서 증시의 수급 사정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지난 9월을 정점으로 주춤해지는 추세다. 9월엔 하루 순유출액이 3000억원을 넘었으나 지난달 29일에는 87억원으로 급감했다. 전날인 28일에는 오히려 1489억원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총 1452억원으로 9월 순유출(2조3906억원)의 2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진정되고 있는 것은 해외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일부 유입된 데다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새로 펀드에 투자하는 '스마트머니'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연말 해외 펀드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일부 해외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옮겨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올 연말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 3년 이상 가입할 경우 비과세 및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의식해 국내 주식형펀드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35일째 순유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에 이탈한 자금은 87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일단 마무리돼 연말까지는 추가 환매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금을 회복한 대부분의 펀드는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환매됐고,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서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2002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코스피지수 1600~1700 사이에서 들어온 자금은 5조7467억원인 반면, 올 4월부터 10월26일까지 이 지수대에서 유출된 자금은 6조4242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2002년부터 7년간 코스피지수 1500~1600 사이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조8061억원인 반면 올 4월 이후 환매된 자금은 3조4500억원에 달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자산관리컨설팅센터장은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2007년 증시 급등 때 들어온 자금은 대부분 환매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 들어 새로 들어온 돈은 1500~1700 사이에서는 바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또 "1700선 아래에서 유입된 자금은 지난 3월 전체의 51%에 달했지만 현재는 대량 환매로 46%로 급감했다"며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을 보일 전망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증시가 1700선 위로 올라가지 않는 한 추가 환매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줄곧 주식을 덜어내기만 해 온 투신들의 매물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를 굴리는 투신권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1조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투신의 주식 매도는 증시 상승에 따라 펀드 내 주식 비중을 낮춰야 하는 데다 대규모 환매 자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환매가 줄어들면 투신은 증시 조정을 기회로 주식 매입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후/서정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