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또 다시 제동을 걸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시는) 저와의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며 "이것을 뒤집는다고 하는 것은 정 총리께서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박 전 대표를 만나 설득하겠다"는 정 총리에 발언을 겨냥,"설득을 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정 총리를 직접 공격함에 따라 여권 내부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사실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50~60명의 자파 의원을 거느린 박 전 대표까지 반대할 경우 세종시 특별법 수정은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특히 세종시 문제가 자칫 여권 '잠룡'들 간 파워게임으로 번져 차기 경쟁이 조기 점화되면서 세종시 해법 마련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실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 총리는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정 총리가 '침묵'을 지킨 것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권 내 갈등으로 인해 여론이 더욱 꼬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2일 조찬회동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가급적 빨리 세종시 대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자문기구인 '세종시 위원회'와 실무기구인 '세종시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구 출범은 오는 5~10일 진행되는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끝난 이후 단행될 총리실 인사 · 조직개편과 맞물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여론 수렴 창구가 될 세종시위원회는 정 총리와 충청 출신 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 위원회는 앞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성격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어떤 방식으로 도출하고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윤곽 정도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이준혁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