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예비 제안서 제출을 연기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월22일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냈던 효성은 예비 인수제안서 마감인 지난달 30일 제안서를 제출하지 못하고,2일까지 마감시한을 연기해줄 것을 채권단 측에 요청했다.

효성 관계자는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예비 인수제안서 제출을 연기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효성은 지난달 19일 채권단과 예비실사 비밀유지동의서를 체결한 뒤 최근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으로 구성된 실사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효성은 당초 이달 중 4~6주간의 하이닉스 실사를 통해 연내 정식 입찰제안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금융시장과 업계 일각에서는 효성이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정치적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조 회장일가의 해외부동산 취득이 논란이 되면서 하이닉스 인수 구도가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효성이 어떤 결정과 해법을 내놓을지가 관심"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일단 2일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지금이라도 매각 중단을 선언하고 매각 일정을 내년 하반기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채권은행은 효성이 모호한 태도를 갖지 못하도록 계약이행 보증금을 받은 뒤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인수 · 합병(M&A)업계의 한 관계자는 "냉철하게 보면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효성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인수전에 나서는 것보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예비입찰서 제출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한인 연말까지도 기다릴 수 있지만,현 상태로 봐서는 이번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주초에 효성의 입장을 들어본 뒤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이심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