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염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발열과 기침 등 첫 증상을 보인 후 10일 이내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곧바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등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9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 33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18명이 증상을 보인 날로부터 10일 이내에,13명이 10일 이후에 각각 숨졌다. 2명은 사망 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10일 이내에 숨진 18명 가운데 10명은 첫 감염 증세가 나타난 뒤 닷새 이내에 숨졌고,하루 만에 사망한 경우도 2명이나 됐다. 특히 이달 들어 발생한 20명의 사망자 가운데 10명은 4일 이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가운데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6건으로 집계됐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은 사망자 중 5건은 첫 증상 후 6일 이내에 사망했다. 또 폐렴이 직접 사인이었던 초기와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심근염,뇌염,다장기부전 등으로 사인이 다양화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의 계절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를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치사율은 비슷하지만 신종플루의 병독성이 훨씬 강할뿐더러 적자생존의 논리상 신종플루가 계절플루를 압도한다는 점이 차이"라며 "이것이 신종플루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와 관련,"건강한 사람도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때 3~5일 이내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주의를 촉구했었다.

신종플루 사망자의 연령층을 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15명,50~64세 8명,10세 미만 4명,40대 3명,10대 2명,20대 1명이었다. 성인병이 많은 40대 이상의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79%를 차지했다.

계절독감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층이지만 신종플루 감염 사망자 중 노인층은 50%에도 못 미쳤다.

이와 관련,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0세 이상이면 신종플루에 대한 자연감염으로 면역력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60대 이상은 과거에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됐었고,3분의 1이 면역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의심증세가 나타나면 지체없이 의료기관을 찾아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투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신종플루 백신과 관련된 괴담을 지어내 인터넷 사이트와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으로 유포한 서울 모 고교생 2명을 검거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