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은 하늘이 후보에게 내리는 선물이다. "

여야 중앙당이 화력을 총동원한 재 · 보궐선거에 대한 의원들의 평가다. 각 후보가 얼굴 알리기에도 바쁜 총선거와는 달리 중앙당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지는 재선거에서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사활을 건 한판 대결을 벌인다. 후보의 면면과 정책보다는 여야간 '창과 방패'의 대결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속성이다.

28일 수원 장안구를 비롯 전국 5개 지역에서 치러진 10 · 28 재 · 보선 역시 과거의 행태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선거판의 주요 슬로건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여당의 '경제살리기'와 야당의 '견제론'이었다. 경제와 견제론이 팽팽했다. 중앙당의 총력전으로 변질된 재보선에서 생활밀착형 정책은 여전히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국정감사와 맞물린 일정으로 선거 시작 이후 상당수 의원들이 국감장을 떠나 유세장으로 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수원 선대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 등은 해외국감 일정을 앞당기거나 취소하고 조기 귀국,지원유세에 나섰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선거 때문에 아예 출국을 취소했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신종플루 당정회의도 선거에 묻혀 연기되는 등 모든 정책현안을 선거판이 빨아들이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개 선거구에서 제시한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도 경제난 극복이나 정치개혁,사회통합 등의 국가적 사안에 대한 차별화보다는 시 · 군 · 구 지방선거 수준의 지역공약만 난무했다. 외국어고 폐지등 교육 현안과 청소년 아동 성폭행방지대책,전셋값 대란 등을 놓고 정책과 비전을 겨루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지역공약도 현안 해결보다는 정부 정책에 편승해 눈앞의 표를 챙기려는 '재탕'성격의 공약(空約)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충북 '중부 4군'과 강릉지역에서는 각각 세종시 건설과 4대강 개발논란이 부분적으로 부상했지만 이마저 선거의 유불리를 의식한 정략적 성격이 강한 한계를 드러냈다. 지역공약에서도 강릉의 경우 여야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강릉~원주 간 복선전철 조기착공'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공약을 내거는 등 '일단 튀고보자'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정치컨설턴트인 김윤재 변호사는 "이번 선거에서 실천을 확신할 수 없는 공약들이 남발했는데 이 문제는 이번 선거뿐 아니라 대선까지 이어지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무리한 공약의 사슬이 결국은 정치 불신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호/구동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