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사진)는 28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밝혔다.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 참석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던 일년 전과 비교하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매우 개선됐으나 결코 회복에는 다다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금융부문은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총수요도 줄고 있으나 감소폭이 충분치 않다"며 "정부의 소비진흥 역시 일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빠른 경기회복 속도와 관련해서는 아시아경제의 동반 회복속도에 비춰볼 때 크게 놀랄 일은 아니며,GDP(국내총생산)라는 경제지표가 경제의 단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어 "한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경제를 살려나가고 있지만 경제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경제를 견인하기는 어렵다"며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출구전략은 때 이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 회복에서 부동산 문제와 실업률,신용카드 부실 등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 달러화 가치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무역불균형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과 관련,"글로벌 경제시스템이 선진국 중심에서 다른 국가들로 포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며 "글로벌 경제와 환경문제는 선진 8개국만의 대처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앞서 열린 세계포럼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기업이익의 40% 이상이 금융 쪽에서 나왔는데 이는 그냥 숫자적인 것에 불과해 이익측정 면에서 왜곡이 나타났고,부동산도 버블가격으로 왜곡됐다"면서 "GDP는 정확하지도 않고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성장을 체감할 수 있으면서 실질적인 사회자원과 지속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측정기준에 대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공공분야의 민영화 확대와 비시장적 요소가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양상이 반영돼야 하고,복지수준의 측정도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