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3분기에 전기 대비 2.9%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재고 조정의 마무리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여기에 추석연휴가 4분기에 포함된 영향과 신차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성장률 서프라이즈(surprise)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측면이 강한 데다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해 4분기부터는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고 조정 마무리효과 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2.9%.미국이 쓰고 있는 전기 대비 연율로 환산하면 무려 12%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기업들이 재고 조정을 끝내가고 있는 것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재고 증감의 기여도가 2.9%포인트.2.6%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2분기 재고 증감의 기여도가 -2.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 증감의 효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분기부터 생산은 줄이고 재고를 소진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3분기부터는 생산을 재개함으로써 재고 감소폭이 크게 둔화됐다. 실제 제조업체의 완제품 재고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분기 2조3000억원 감소했으며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2조8000억원,3조2000억원 줄었지만 3분기엔 감소폭이 5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재고 감소폭이 이만큼 줄어들게 되니 전기 대비 기준으로 GDP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민간 소비가 회복 이끌어

3분기 성장률의 또 다른 특징은 민간 소비의 회복이다. 1분기와 2분기 성장세를 주도한 것이 정부 지출이었다면 이제 바통은 민간 소비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밝혔다. 정부 소비는 1분기 3.7% 증가에서 2분기 1.1% 증가로 둔화된 뒤 3분기엔 0.8%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민간 소비는 1분기 0.4%에서 2분기 3.6%로 크게 높아진 뒤 3분기에도 1.4%의 비교적 견조한 증가율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정부 소비가 -0.1%인 데 반해 민간 소비는 0.8%에 이르렀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추석연휴가 10월로 넘어가 3분기 조업일수가 늘어난 데다 신차효과가 꺾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구매 때 주어지는 개별소비세 혜택은 지난 6월 말로 끝났지만 노후 차량을 새차로 바꾸면 세제 지원이 여전한 데다 자동차업체들이 새차(쏘나타 포르테 모닝 등)를 대거 내놓음에 따라 자동차 구매 수요가 여전히 높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해운대''국가대표' 등의 영화가 대박을 터트림에 따라 오락문화의 증가율이 4.1%에 이른 점도 보탬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복세 이어질지는 미지수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재고 조정 마무리는 경기 회복 초반 국면에 나타나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향후 수요가 늘어난다는 확신이 들어야 기업들이 재고를 늘리는데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상무는 특히 우리 기업들이 고환율 효과를 누려왔는데 이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고 유가 상승으로 인해 내수가 다시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고용이 여전히 불안한 탓에 소비증가세가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그는 때문에 4분기부터 성장률이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8.9%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8.7%의 마이너스다.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은 글로벌 경제가 확실히 회복되지 않으면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김명기 국장은 "4분기 이후 회복세는 세계경기의 개선이 어느 정도 더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