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블루 미러'(ST550) 카메라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카메라 앞면에 달린 프런트 LCD가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완벽한 셀프 샷 연출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콤팩트 카메라 사용자들이 원하는 점을 가장 잘 반영한 것으로,특히 '셀프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삼성 블루 미러'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카메라를 사용할 때 아쉽거나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의 사용 성향을 면밀히 파악했다. 그 결과 사용자들이 셀프 샷에 대해 갖는 불만의 이유를 찾아냈다. 실제로 어떻게 찍힐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은 다음 사진을 확인해야 하는,'찍고 보는' 한계가 원인이었던 것.이에 따라 먼저 어떻게 찍힐지를 보고 나서 찍는,'보고 찍는' 카메라로 바꿈으로써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했다. 상품의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게 주효했던 것이다.

또 평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전원을 켜면 LCD 창이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외관 플라스틱의 빛 투과율을 조정한 '이중 박막 사출'이라는 신기술을 적용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어렵고 기술적인 느낌을 강조하기보다는 소비자가 부담없이 친근하게 받아들이게끔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마케팅의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광고 모델 선정부터 각별히 신경을 썼다. '삼성 블루'가 그 동안 톱스타 장동건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면,이번에는 소비자들의 카메라 사용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가진 모델이 필요했다. 많은 후보들이 거론됐으나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통해 국민적 호감을 이끌어 낸 한효주가 최종 낙점됐다. '인상녀(인상과 미소가 볼수록 인상적인 사람)'의 대표주자 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는 한효주의 친근하고 선한 이미지를 그대로 고수하기보다 새로운 변화를 과감히 시도했다. 언제 어디서나,누구나 간단하고 편리하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삼성 카메라의 철학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컨셉트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제작진은 고심 끝에 '춤'을 소재로 삼았다. 신제품이 그 누구도 시도하지는 않았던 새로운 카메라였던 만큼 광고를 통해서도 한효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선한 충격과 놀라움을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한효주는 각선미가 드러나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강렬한 댄스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새로운 모습의 한효주에게서 놀란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이,별안간 '한효주는 2개다' 라는 카피와 함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두 개로 나뉘면서 광고는 '15초 후에 비밀이 밝혀진다'는 말만 남기고 끝이 난다. 시청자가 어리둥절한 사이에 다른 광고가 방영되고,정확히 15초 뒤에 비밀이 밝혀진다. 앞과 뒤에 2개의 LCD를 장착한 듀얼 LCD 카메라,둘로 나뉘어진 한효주,그리고 둘로 나뉘어진 광고까지.철저히 '듀얼(Dual)'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는 광고 앞 부분과 뒷 부분을 따로 떼서 중간에 다른 광고를 삽입하는 새로운 형식의 광고 방식인 '헤드&테일(Head&Tail)' 기법.시청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기폭제이자 원하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삼성 블루 미러'는 일반 광고의 형태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광고를 운영하는 '헤드&테일' 기법을 통해 앞과 뒤에 LCD가 달린 카메라의 창의성을 강조하고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도 성공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