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연아의 햅틱'을 이제야 손에 넣었어요.하하하!"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는 최근 막을 내린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10.03점)으로 우승하며 4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인정을 받았다.

이번 그랑프리 1차 대회를 통해 김연아는 세 가지 대기록을 작성했다.

여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210점대를 돌파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역대 최고점(133.95점)을 기록했다.

더불어 두 대회 연속 '200점 돌파'의 진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아 트리플 플립 점프를 건너뛰는 '대형사고'를 겪으며 최소 5.5점 이상을 잃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피겨퀸'은 호탕한 웃음으로 "여운이 남아야 더 발전할 수 있죠"라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그랑프리 1차 대회를 마친 김연아와 결산 인터뷰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뒷이야기를 정리한다.

◇"새 시즌 의상, 여러 벌 준비할 수 있어요"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파격에 가까운 '영화 007시리즈 주제곡'을 배경음악으로 연기를 펼쳤고, 역대 최고점에 0.04점 모자란 76.08점을 받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오른쪽 어깨 부위가 훤히 드러난 홀터넥 스타일에 보석 장식이 화려한 검은색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쇼트프로그램 의상의 실제 제작비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제작비는 5천 달러 안팎이라고 귀띔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디자이너 죠지 앤이 제작한 쇼트프로그램 의상의 원단은 프랑스에서 수입했고, 고동색 보석은 호주에서 수입한 호박이다.

나머지 보석들도 접착제를 이용해 옷에 일일이 수작업을 붙여서 제작했다.

디자이너 앤은 2천달러에 의상을 제공했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의상을 나머지 시즌에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연아는 새 시즌 의상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의상은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두 의상 모두 수정해서 대회에 나섰는데 약간 아쉬움이 있는 채로 경기를 치렀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다른 의상을 더 준비하게 될 것 같아요.1차 대회를 1주 앞둔 상황에 의상을 수정하느라 다른 드레스를 맞출 시간이 없었어요. 다음 대회 때는 이번 의상을 입을 수도 있고 새 의상이 될 수도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올림픽 시즌인 만큼 여러 벌 준비할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쇼트프로그램이 더 좋아요.왜냐구요? 짧아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어린아이들에게 자주 하곤 한다.

이럴 때 정답은 "둘 다 좋아!". 그렇다면 김연아는 과연 피겨의 두 기둥인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할까.

김연아의 대답은 예상외로 간단 명료했다.

"(시간이) 짧아서 쇼트프로그램이 좋아요"라고. 하지만 김연아는 "하지만 이번 시즌 프로그램만 놓고 본다면 프리스케이팅이 더 좋아요.음악과 안무 모두 맘에 들어요"라고 강조했다.

◇"연아의 햅틱을 이제야 써요"

지난 5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연아의 햅틱'은 80일 만에 총판매 55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업계 최단 기간 50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전적으로 '김연아 마케팅'의 힘이었다.

과연 김연아는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연아의 햅틱'을 쓰고 있을까.

정답은 '예스'다.

하지만 얼마전까지 그러지 못했다. 김연아조차 최근에야 제공 받았을 정도로 '연아의 햅틱'의 물량이 달려서다.

김연아는 인터뷰에 앞서 하얀색 '연아의 햅틱'을 만지작거리며 "김연아가 드디어 '연아의 햅틱'을 쓰고 있습니다.얼마 전에 받았어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기부천사 "경제적 어려움 잘 알아요"

김연아의 또 다른 별명은 '기부천사'다.

김연아는 2007년 1월 피겨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1천200만원을 쾌척했고, 지난해에도 5천만원을 내놨다.

김연아는 "어렸을 때 잘 몰랐지만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셨어요.피겨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하기 어려운 운동이죠"라며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부족해 제대로 훈련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라고 차분히 대답했다.

그는 이어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고 그런 선수들이 잘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학금을 내놨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